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사진=자료사진)
국민의당 대선 경선 룰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당원과 일반 여론도 싸늘하다. 룰을 떠나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천정배 전 대표 등 세 후보간에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당초 손 전 대표의 영입 추진 때만 해도 국민의당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정치적 경륜이 있는 손 전 대표의 합류로 국민의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존재감과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당이 오랜 기간 손 전 대표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손 전 대표 합류로 인한 컨벤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당과 후보들의 지지율에는 큰 변동이 없이 정체된 상태이다.
특히, 손 전 대표가 입당했던 2월 초중순의 시기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급등하던 시기와 공교롭게도 맞물리면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한 중진의원은 "손 전 대표가 들어오면 뭔가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분위기가 달라질 줄 알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손 전 대표가 너무 늦게 합류하면서 당원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시간도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손학규, 천정배 세 사람의 이념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이념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대연정 등 민감한 이슈로 서로 부딪히며 시너지를 내는 것과 대조된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차지하는 이념적 포지션이 중도보수쪽으로 대체로 비슷하다. 넓혀가는 것이 아니라 나눠먹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즉, 문재인 전 대표를 사이에 두고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이 각각 보수중도와 진보진영에 서서 이념 논쟁을 벌이는 구도가 되면서 양쪽 지지자들을 포섭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의당에서는 후보들 간의 진영 논쟁이 덜하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의 합류 이후에도 각자 행보에 집중했을 뿐 국민의당 대선 주자로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공동의 행보를 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지원 대표는 세 후보를 지역 순회 최고위원회의에 초청하는 등 자리를 마련하려 했지만 각자 경선을 대비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세 사람이 조우한 자리는 많지 않았다.
특히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연정'이나 '개헌' 등 서로 입장이 다른 이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등 충돌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다른 국민의당 당직자는 "룰 협상이 진행되다보니 서로 후보들간에 자극이 되지 않도록 조심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후보들이 이제라도 여론의 주목도를 높일수 있게 민감한 이슈를 두고 논쟁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정치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 커 나가는 것인데, 후보들이 모두 조심스러워 하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이제라도 경선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여론의 주목을 받는 역동적 경선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