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이 촉발한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진영 간 전면전으로 비화하며, 지방선거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번 마케팅의 부적절성엔 여야 공히 공감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참전과 정부 부처의 '보이콧'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다.
선거 쟁점화는 어느 쪽에 더 유리할까. 일각에선 여권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다고 보는 반면, '스윙보터'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정부의 과잉 개입'이라는 야권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李 참전에 전면전…"이번 죽창가는 스벅" vs "일베당 선언"
"이재명 민주당과 '개딸'들 모두 6월 3일만 지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스벅 커피'를 들고 다닐 거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일베당 선언'과 다름없다. 5·18을 희화화하고 역사 모독을 자유로 포장하는 정치가 일베식 조롱과 무엇이 다른가."(민주당 김현정 대변인)
스타벅스 '5·18 조롱 논란'이 불거진 지도 일주일. 여야 공방전은 한층 격화됐다. 장 대표는 25일 중앙선대위에서도 이 문제를 0순위로 언급했다. 그는 "(여권의) 스타벅스 불매 운동 기한은 딱 6월 3일까지"라며
"이번 선거의 '죽창가' 대상은 스타벅스"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 '제발 정신 좀 차려요'란 대사가 담긴 '오징어게임' 캡처와 함께 "이재명이 물가는 못 잡아도 스타벅스는 잡았다"고 비꼬는 글도 올렸다.
이에 민주당은 "5·18 조롱이 자유인가"라며 곧바로 맞받았다. 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스타벅스도 사과한 마당에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퇴행에 대해선 국민의 심판이 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투표장에 스타벅스를 가져가자'고 선동하고 있지 않나. 이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장 대표와 국민의힘"이라고 역공했다.
이 이슈가 이토록 뜨거워진 배경으론 이 대통령의 공개 질타가 꼽힌다. 스타벅스가 2024년 4월 16일 출시한 '사이렌 머그잔'에도 참사 폄훼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로 "패륜", "인두겁을 쓰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맹폭했기 때문. 국가폭력 사태 등에 대한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자는 것인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폐쇄'를 띄운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23일 서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주최로 ''정용진 사퇴! 스타벅스 불매! 대학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與 호남 결집세 나타났지만…"역결집 빌미 줄라"
대대적 정쟁화로 인한 여야 득실에 대한 전망은 갈린다. 일단 민주당 쪽에선 호남을 주축으로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불리할 건 없다는 계산이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지지자 한 명이라도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게 최우선 전략이라는 의미에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5·18 조롱 금지법' 추진을 거론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허위사실 유포만을 처벌하는 현행 특별법을 다듬겠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지난 20일 "독일처럼 5·18이나 다른 민주화 운동에 대해 조롱하거나 폄훼하는 것에 대해선 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5·18 폄훼 관련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국민의힘과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여론전 효과는 일부 수치로 확인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7%p 오른 47.5%로,
특히 호남에서 11.2%p 상승한 68.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념적 의제를 장기화시키는 게 여권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스타벅스가 매우 잘못한 것은 맞지만
'꼰대적인' 걸 저어하는 2030세대의 반감을 부르고, 상대 진영의 역결집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野, '과잉제재' 프레임으로 역공…'스벅 옹호' 비춰질 우려도
김기현 국민의힘 울산 총괄선대위원장 페이스북 캡처실제로
국민의힘은 '과잉 제재' 프레임으로 중도·무당층을 공략하고 있다.
'내 커피는 내가 고른다'며, 김기현·김미애 등 일부 의원들이 '스타벅스 인증샷'을 공공연히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 대표와 거리를 둬온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조차 "이 정도 때렸으면 됐다. 막강한 권력이 휘두르는 구먹은 국민과 기업에겐 망치보다 세다"며 모처럼 '원 보이스'를 냈다.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CBS에 "정권 심판론까지 커질 것 같진 않다"면서도
"중도층의 경우, '정치 과잉'이라 느낄 측면이 농후하다. 원인 제공은 사측이 했어도, (이들은) 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하는지를 더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도 "스타벅스가 잘못한 건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정부의 '힘 자랑'을 누가 좋아할지 의문"이라며 "(여권 공세가) 계속되면 견제 심리가 발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오차범위 내 초접전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러한 '역풍'을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다만, 야권의 대응 역시 적정선을 넘어섰다는 시각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사적 부분에의 개입 지적이 일부 일리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마치
'전체주의'나 '이재명 독재'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5·18 정신을 반영한 개헌안에 찬성했던 국민의힘이 자칫 스타벅스를 옹호하는 양 비춰지는 것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