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조기 대통령선거가 유력시되면서 투표 날짜를 언제로 잡느냐가 투표율과 투표성향을 좌우하는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황금연휴가 있는 5월 초를 전후로 치뤄지기 때문에 선거일 '택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택일의 전권을 쥔다는 점에서 야당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크다.
◇ 탄핵 결정일 내달 9·10·13일 유력…인용되면 '4말5초' 조기대선
헌법재판소가 오는 27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탄핵심판 결정일은 3월 9일(목)과 10일(금), 13일(월) 등 3개로 압축되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하고, 늦어도 선거일 50일 전까지 공표해야 하는 공직선거법 35조 1항에 따라 4월 28일~5월 12일 중에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문제는 5월 첫째 주는 근로자의 날(1일)과 석가탄신일(3일), 어린이날(5일) 등 징검다리 휴일이 있어 선거일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선거법 34조에 따라 대통령 궐위선거는 수요일 실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 출로가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궐위선거는 공휴일은 안 된다거나 수요일에만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아예 없다"며 "이론상으로는 화요일 등 다른 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선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자신)
◇ 5월 첫주 황금연휴 제외하면 선택의 폭 제한그렇더라도 황금연휴가 낀 5월 첫주를 제외한다면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선, 3월 10일 탄핵 인용이 결정된다면 60일 시한의 마지노선인 5월 9일(화)을 선거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사전투표기간에 어린이날이 포함돼 투표율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고 5월8일(월)을 선거일(임시 공휴일)로 하는 것도 연휴의 연장이 되기 때문에 논외가 된다.
3월 13일 탄핵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5월 10일(수)과 11일(목), 12일(금) 중에 선거일을 정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사전투표기간이 장기연휴과 겹쳐 투표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3월 9일 탄핵 인용이 될 경우에는 거의 유일하게 '무난한' 택일이 가능하다.
이때도 5월 첫주는 제외될 수밖에 없고, 60일 시한의 마지막날인 5월 8일(월)도 연휴의 끝날과 붙어있어 선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선거일 50일 전 시한을 가까스로 넘긴 4월 28일(금)은 3일짜리 연휴(금토일)의 시작이긴 하지만 그나마 투표율 측면에서 차선책이 된다.
사전투표기간도 일요일(23일)과 월요일(24일)이어서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할 때 '3.9 탄핵 4.28 대선'을 가장 이상적으로 꼽고있다.
◇ 조기대선일 선택권 쥔 황교안, 어떤 날짜 고를까하지만 선거일 지정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권한이란 점이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를 통해 지정, 공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를 통해 조기대선일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선관위 차원에서 임의로 날짜를 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공휴일은 피하면 좋겠지만 법에 따라 황 총리가 정하는 날짜에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면서 "선관위는 독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따로 정부에 선거일에 적합한 날짜를 보고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 권한대행이 작심하고 엉뚱한 날짜를 고르더라도 법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