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당초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피의자 신분이 된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 버티기 행보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국회추천 총리 임명 방침에 대한 변화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야당이 계속 거부를 해왔고, 야당 내에서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 것같다. 그런 상황이니까 좀 지켜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를 찾아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이같은 방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정 대변인은 "총리의 기능을 야당이 대통령 제안과는 다른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정 대변인은 또 "내각 통할, 국무위원 임명제청·해임건의권 등 헌법상의 권한을 모두 준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의 생각은 박 대통령을 보좌할 헌법상의 총리까지는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책임총리나 과도내각 총리 등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염두에 둔 실권 총리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검찰 수사를 거부한 데 이어, 국무총리 임명 권한마저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섬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에서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적시돼 피의자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절차 협의와 함께,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통령 직무를 대행할 후임 총리 인선을 논의 중이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까지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게 된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정 대변인은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배포해 "국회의장 방문시 대통령이 총리권한에 대해 하신 말씀에 입장변화 없으며,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켜보자'는 것은 야당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