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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년만이라도"…노래하는 '아현포차' 이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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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노래로…매일밤 여는 문화제

 

"촛불 잔치를 벌여보자"….

지난달 30일 늦은 밤 10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옛 아현포차 거리에 포차 '이모'와 시민들이 모였다.

지난달 아현포차 거리가 강제철거된 후 시민들이 함께 모여 공존을 외치는 자리였다.

돗자리와 작은 앰프, 양초와 종이컵, 그리고 아현 포차 이모가 직접 만든 부침개가 준비물의 전부였다.

33년간 이곳에서 포장마차 '작은거인' 집을 운영해 '작은 거인 이모'라고 불리는 조용분(71·여) 할머니는 문화제가 준비되는 동안 직접 만든 부침개와 막걸리 한 잔 씩을 손수 자리에 모인 시민들에게 먹였다.

돗자리는 대단지 아파트인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마래푸)'가 마주 보이는 자리에 깔렸다.

이모와 시민들은 나란히 마래푸를 바라보고 바닥에 앉았다. 촛불 십여 개가 켜졌다.

자리에 모인 약 10명의 시민들은 자유로운 순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있었다가 없어진 것들이 있다.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미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다(...), 도시는 절대 낡지 않는다, 나만 낡아갈 뿐이다" 소설책 한 권을 꺼내들어 읽어 내려가는 시민도 있었다.

"이곳에서 함께 사는 게 어떤 것인지를 배워 가요. 이모님들이 정상적인 삶을 되찾을 때까지 옆 사람들의 체온을 느끼며 함께 하고 싶어요." 마이크를 잡은 최 모(26·여) 씨가 말했다.

"봤고, 들었고, 같이 있었으니까." 최 씨가 이곳에 오는 이유였다.

음악을 하고 소설을 쓴다는 장 모(42) 씨는 "이곳 문화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모였다"며 "거기에서 오는 특별한 생동감이 있다"고 말했다.

공 모(27) 씨는 이곳 문화제에서 들었던 재밌는 노래를 회상했다. 공 씨는 "좋은 말들도 나오고, 웃긴 노래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윤 모(42) 씨는 "이곳은 각자가 가진 다양한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는 자리"라며 "굳이 아현 포차를 지키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연대"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발언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작은거인 이모 조 씨는 염원의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멜로디에 조 씨는 "포장마차 돌려줘" 라는 가사를 넣어 불렀다. 시민들은 따라 부르기도, 박수를 치기도 했다.

문화제가 끝난 후 이들은 상인들이 생계를 위해 임시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경의선공유지로 이동했다.

'강타이모' 전영순(67·여) 씨는 "바라는 건 장사를 더 하게 해달라는 것 뿐"이라며, "10년을 더 하라고 해도 다 늙어서 못 한다, 딱 3년 만이라도 더 하고 나가겠다고 부탁했는데 (마포구청은) 들어줄 수가 없었나보다"고 말했다.

상인들과 시민들이 이렇게 매일 밤 아현 포차 거리에서 촛불 문화제를 여는 등 대책 방안을 요구해온 탓에 오는 5일, 상인들은 마포구청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기로 했다.

이들은 6~70대의 포차 상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높일 생각이다.

아현포차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마포구청의 강제철거로 쫓겨난 포차 상인들은 전부 월세나 사글셋 방에 사는 노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래푸나 다른 아파트 단지가 있기 훨씬 전부터 있던 포장마차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며 적어도 아현포차가 있었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계속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새벽 5시 30분쯤, 아현역 3번 출구를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는 용역들이 들이닥치면서 강제철거됐다.

마래푸 입주자대표회의는 올해 초 교통 불편과 미관상의 문제로 아현포차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마포구청은 "아현포차는 도로 위 불법 시설이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고 지킴이들은 "다른 곳에 있던 포차들을 그곳으로 옮긴 건 마포구청 자신들이었다"며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달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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