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농어촌휴양관광단지가 들어설 도순다원.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귀포시 강정동 도순다원에 조성계획인 ㈜아모레퍼시픽의 농어촌휴양관광단지가 1박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 특수계층의 맞춤형 위락시설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당초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
여기에 하루 수백톤의 용수를 뽑아 쓸 지하수 관정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데다 도로 역시 개설비용 절반을 행정이 분담하도록 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농업회사법인 ㈜오설록농장은 서귀포시 강정동 3600번지 일대 44만 5041㎡인 도순다원에 2023년까지 1147억 4400만 원을 들여 강정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강정 농어촌관광휴양단지는 국내외 관광객을 위해 녹차를 테마로 한 체험형 농어촌관광휴양단지를 조성, 제주녹차를 활용한 뷰티 트리트먼트 서비스 제공과 주변 관광자원 연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재배온실과 다도시설, 전시실이 들어서는 영농체험시설을 비롯해 66개 객실과 수영장 등을 갖춘 관광숙박시설이 주 시설로 들어설 계획이다.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고, 체험관광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제주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농가 소득증대를 도모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강정 농어촌휴양관광단지 계획도.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1박에 260만 원, 누구를 위한 숙박시설?
단독형 객실 30개와 연립형 객실 36개 등 66실로 구성된 관광숙박시설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레스토랑과 다도시설, 스파시설이 배치된다.
또 녹차밭과 공장을 연계, 녹차산업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과 다도예절 체험프로그램 등을 통해 제주녹차 홍보에 기여하도록 했다.
문제는 하루 숙박료를 260만 원으로 책정,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성격과 맞느냐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숙박을 포함해 녹차와 지역 원물을 활용한 식음료, 생태체험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으로 1박에 260만으로 책정, 한해 65억 760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서귀포 지역에서 운영 중인 특1급 호텔 제주신라호텔(29만 원)과 제주롯데호텔(28만 원), 포도호텔(31만 원) 등의 객단가와 비교하면 무려 9배나 차이가 난다.
특히 숙박 대상을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파트너와 임직원, 힐링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숙박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제주관광의 명품화는 물론 제주의 미래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숙박시설 운영 복안은 0.1%의 대한민국 특수층을 위한 시설로서 지역주민과의 괴리감만 키울 우려를 낳고 있다.
도순다원.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생활용수 공급 위해 신규 관정 개발?아모레퍼시픽은 강정 농어촌관광휴양단지의 용수 공급을 위해 지하수 관정을 새로 뚫을 계획이다.
신규 관정은 1곳으로, 이 관정을 통해 1일 529톤의 지하수를 각 시설에 공급한다.
제주지역은 현재 각종 개발사업이나 건축허가때 상수도 공급을 원칙으로, 자체 지하수를 이용한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이같은 규정을 무시한 채 계획단계에서부터 지하수 개발을 통한 용수공급 계획을 구상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대기업의 지하수 사유화' 논란까지 부채질하고 있어 심의 과정은 물론 도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 취수량을 100톤에서 200톤으로 늘려 달라는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의 요구가 번번이 좌절된 건 공공재인 지하수가 사유화되는 데 따른 도민들의 거부 정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국공항보다 5배나 많은 지하수를 특수 일부계층의 휴양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더욱 도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신규 개발용수는 지역주민들도 활용할 수 있는 공공용수로서 지하수 사유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순다원.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사업장내 도로개설 비용 절반을 세금으로?강정 농어촌휴양관광단지는 북쪽의 제2산록도로와 남쪽의 중산간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를 통해 출입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신규 개설될 도로는 폭 10m 규모로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은 물론 인근 교통 분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고 아모레퍼시픽 측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 사업에 필수적인 도로이면서도 도로 개설비 절반을 행정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인근 지역의 교통 분산 효과가 있는 만큼 지역과 기업의 상생 차원에서 분담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사업을 위해서는 폭 10m 이상을 갖춘 도로가 있어야 하는데도 현재 사업부지에는 5m가량의 농로뿐이어서 기본 요건부터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사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신규 도로 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혈세를 담보해야 한다는 사업자 측의 논리를 도민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주민공람을 통해 제기된 의견은 주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고, 향후 사업추진 때 발생 가능한 민원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로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