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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에 지방덩어리 사료…"실태 알면 계란 못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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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환기 축사∙철제 케이지∙진드기…닭, 스트레스에 잠 못자고 면역력 저하

(사진=자료사진)

 

NOCUTBIZ
국내 일부 산란 닭 사육농가들이 진드기 박멸을 위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식용란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관련 기사 : 17일자 계란에 '살충제' 성분 득실?…정부, 위해성 알면서도 방치, 18일자 '살충제 계란' 불안 증폭…정부, 샘플조사 감추기 급급)

이런 가운데, 국내 산란 닭 사육농장의 99%가 케이지(철제 우리) 방식을 고집하고, 사료 또한 지방성분이 많은 수입 옥수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란 닭이 최악의 서식환경에서 단순한 ‘산란기계’로 전락하면서 계란 품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자 안전은 무시한 채 양계농가의 눈치만 살피며, 대책마련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국내 산란 닭 사육농장의 99%가 철제 케이지 사용

지난해까지 경북지역에서 산란 닭 3만 마리를 사육했던 전기현(49세)씨는 농장운영을 포기했다.

전씨는 "케이지 방식으로 닭을 키웠는데 양심의 가책을 받아 도저히 더 이상 농장을 운영할 수 없었다"며 "지금은 산란 닭 7천여 마리를 맨땅에서 키우는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지난 2012년 케이지 사육방식을 전면 금지시켰다. 케이지 사육방식이 동물복지정책에 위배되고 이렇게 해서 생산된 계란도 품질이 떨어져 인체에까지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럽국가, 심지어 중국에서 사용하다 버린 케이지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산란 닭 사육농장은 모두 1100여개로, 이들 농장의 99%가 케이지(철제 우리) 사육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닭 1마리 당 케이지 면적은 0.05㎡(가로 20cm, 세로 25cm)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산란 닭은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국내에서 케이지 사육방식이 사라지기까지 최소 20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축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산란 닭 사육농장 시설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란 닭 축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천장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방계사와 창문이 없는 밀폐된 무창계사가 있다.

무창계사는 자동 환기시스템과 온도조절 장치를 갖춘 첨단 시설로써 케이지도 고가의 수입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무창계사는 환경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오히려 해충 발생이 급격하는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 산란 닭, 비좁은 공간에 진드기까지 극성…잠 못 자고 스트레스에 면역력 저하

이처럼 산란 닭이 열악한 환경에 비좁은 케이지에서 생활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진드기까지 극성을 부리면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전씨는 "닭은 원래 흙 목욕을 통해 진드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철제 케이지에 갇혀있다 보니 고스란히 진드기에 물릴 수 밖에 없다"며 "닭들이 진드기 때문에 밤새 잠을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독한 살충제까지 뿌리니 닭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결국 무창계사에서 케이지 사육방식은 계란의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최악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진드기 살충제는 보통 2개월에 한 번씩 살포한다. 하지만 진드기 스스로가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살충제 살포 주기도 빨라지고 약품의 강도도 높아지게 된다.

전기현씨는 "정부가 저농도의 살충제를 그것도 빈 축사에 뿌리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저농도 살충제를 사용하면 진드기가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갈수록 맹독성 약품을 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닭 진드기 살충제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다른 제품을 섞어서 독성이 강하게 만들어 사용한다"며 "정부가 살충제 사용 기준부터 만들어서 잔류물질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산란 닭 사육농장은 계란 생산성만 높이기 위해 닭의 생존본능까지 없애버린 산란공장에 불과하다"며 "결국 인간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방산 수입옥수수 사료…"알고나면 계란 먹고 싶은 생각 사라질 것"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현재 국내 닭 배합사료 성분의 50%는 수입산 옥수수다. 주로 미국이나 브라질 등에서 수입된다. 그런데, 닭 배합사료에 함유된 오메가3와 오메가6 성분이 완전 불균형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메가3는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고 혈액의 피막형성을 억제하며, 뼈의 형성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에 반해 오메가6는 혈액 콜레스테롤 양을 저하시키는 데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과잉섭취하면 오히려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렇기 때문에 오메가3와 오메가6 비율이 1:1인 사료가 가장 좋고 최대 1:4를 넘어서면 좋지 않다는게 축산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국내 닭 배합사료는 오메가3와 오메가6 함유량 비율이 1:60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이런 사료를 먹은 산란 닭의 계란이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전기현씨는 "국내 산란계 농장의 운영 실태를 알고 나면 계란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것"이라며 "정부가 케이지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시키고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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