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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송로버섯과 탕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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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3개 부처에 대해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관료 출신 인사를 중용한 것은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불러온 4.13 총선 이후의 개각이라고 하기에는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라는 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은 일제히 '불통개각', '돌려막기식 찔끔개각', '오기개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 의한 검증을 통해 개각이 단행된 데 야권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 수석은 현재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따라서 특별감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우 수석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든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든 거취 결정이 이뤄진 뒤 개각을 하는 게 순서에 맞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우 수석 교체와 함께 중폭으로 예상됐던 개각 규모도 소폭에 그친데다 교체요구가 비등했던 윤병세 외교장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유임된 것도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된 조윤선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 정부에서만 세 번째 발탁된 경우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내 사람 챙기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송로버섯.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1일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개각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탕평과 균형인사를 건의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개각은 박 대통령이 이 대표의 건의를 묵살한 셈이 됐다.

광복군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92세의 김영관 옹이 지난 12일 대통령 면전에서 건국절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는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건국 68주년'을 언급해 논란을 야기한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이번 개각은 민심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송로버섯 개각'이라고 하겠다.

'땅 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송로버섯은 지난주 청와대 오찬메뉴로 올랐는데, 세계 3대 식재료 가운데 하나로 값이 비싸 일반 국민이 느끼는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호화 식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당시 청와대 오찬에서 값비싼 송로버섯보다 서민들이 즐겨먹는 '조화와 화합의 음식' 탕평채가 식단으로 올라왔다면 어땠을까.

'청포묵무침'으로 불리는 탕평채(蕩平菜)는 녹두묵, 고기볶음, 데친 미나리, 구운 김 등을 섞은 묵무침인데, 조선시대 영조대왕의 당파척결 의지를 담고 있다.

녹두묵의 흰색은 서인, 볶은 고기의 붉은 색은 남인, 미나리의 푸른색은 동인, 구운 김의 검은색은 북인을 대표하는 색깔로, 이른바 '4색 붕당'을 한 데 섞은 탕평책을 통해 인재를 고루 등용하려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인사정책인 것이다.

친박과 비박, 주류와 비주류, 영남과 호남을 고루 아우르는 '탕평채 개각'을 박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인지 새삼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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