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사진=자료사진)
금호 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이 12일 서울대 장례식장에서 한화 김승연 회장의 모친상 조문을 마치고 나오자 기자들이 몰려갔다. 박 삼구 회장은 기자들에게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곧 (동생인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7년간 진행된 금호가 형제 분쟁이 일단락됐음을 알리는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전일 박찬구 회장측이 박삼구 회장측을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고 발표한 뒤, 두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형제 분쟁의 종식을 공식화하고 있다.
소송 취하에 이르는 과정에 박삼구·박찬구 두 회장이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대신 주변 지인들이 중간에서 중재를 섰다고 한다.
소송 취하 발표 이후 두 그룹에서 똑 같이 나온 반응 중 하나는 "(형제 갈등에 대해) 그동안 주변에서 우려와 걱정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 분쟁에 대한 일반적인 차원의 우려가 아니라, 롯데 사태처럼 형제의 난이 검찰 수사로 이어져 기업에 막대한 타격과 손실을 주는 상황에 대한 우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가격 산정의 근거인 실사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호터미널의 실사 용역을 수주한 삼덕회계법인은 금호터미널의 실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소속 회계사가 회사의 직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회계사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종로경찰서와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흐름이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금호석유화학 양측에 화해를 위한 동기 유발의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사태가 금호가의 화해를 추동하는 반면교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각자의 갈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그 배경으로 언급한 것도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위기에 처해있다, 생사의 위기 앞에서 소송이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
경제문제만으로도 기업들이 생사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 경제 외적인 문제까지 가세하면 더욱더 험난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삼구·박찬구 회장이 7년 동안 진행된 분쟁을 마무리하는 데는 금호석화의 아시아나 항공 지분 문제, 금호타이어 인수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의 처리방향과 조건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그룹이 앞으로 '각자의 갈 길'을 가면서도 어떤 협력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