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격 경질됐다. 현기환 정무수석이 물러나고 19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와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TK출신 친박 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발탁됐다.
'친박 회전문인사'로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야당과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 왜 전격 경질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사진=자료사진)
▶ 청와대 정무수석이 왜 바뀐 것이냐?= 청와대가 바꾼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무수석 비서관에 김재원 전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은 제17, 19대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국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역임하여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기환 정무수석을 11개월만에 교체한 것은 분명한 문책성 경질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1개월 만에 교체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 (사진=자료사진)
▶ 문책성 경질이라면 뭔가 잘못이 있다는 얘기 아니냐?= 그렇다.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황진하 사무총장 등이 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러났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총선 한 달여가 지나서 비서실장을 교체했지만 정무수석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8일) 갑자기 정무수석을 바꿨다.
현기환 정무수석의 문책성 경질 이유는 첫 번째, 예견된 일이었다. 20대 총선에서 최소 과반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선거결과를 잘못 예측했으니 정무수석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공천과정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극비리에 만나 '비박계 현역 물갈이'를 논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당내 분란을 자초한 책임이 있기도 하다.
다만 선거직후에 곧바로 정무수석을 경질할 경우 '청와대 책임론' 또는 '청와대 선거 개입론'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시간을 끌어왔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현 전 수석이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대통령의 뜻과 달리 사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의 스타일은 선거에서 패했다고 바로 교체하지 않지만 자신의 뜻과 달리 움직이거나 자신의 뜻이 아닌데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할 경우 곧바로 교체한다"면서 "현 전 수석이 공천과정에 개입하려 했다는 여러건의 정황이 대통령에게 보고 됐고 그래서 교체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물론 현 전 수석의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달하는 메신저였기 때문에 본인의 뜻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구설에 올랐기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 번째는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현 전 수석이 공천헌금 때문에 구설에 오른 경력이 있다.
19대 총선에서 부산 동구에서 당선된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3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돼 조사를 받았다. 비록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했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중앙선관위가 고발까지 했는데 아무런 근거없이 했겠느냐는 의문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정무수석에 임명될 때도 이런 논란이 있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 20대 총선과 관련해서도 공천헌금 논란이 있는 거냐?= 그건 아니다. 19대 총선에서 그런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19대 때에는 일개 공천위원으로 그런 구설이 있었는데 20대에는 정무수석이었으니까 그런 구설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있긴하지만, 구체적으로 공천헌금을 받았다거나 그런 얘기가 있는 건 아니다. 혹시라도 19대 총선에서처럼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았다더라' 그런 구체적인 얘기가 나돈다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겠나?
네 번째는 현 전 수석이 야당뿐아니라 새누리당 내 비박계로부터도 교체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현 전 수석을 대표적인 불통인사로 꼽는다. 더불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현 전 수석은 국회를 왔다갔다 하는 척만 했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의 돌출행동 때문에 야당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언성을 높인 일과 김종인 대표의 대통령 생일 축하 난을 세 번이나 거부한 일 등이다.
지난해 말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쟁점법안을 직권 상정하라고 압박하기도 했고 새누리당과의 당청관계도 원활하지 못했다. 지난 5월 18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KTX 앞뒤 자리에 앉아 광주로 내려가면서도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 모습이 당청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 전 수석을 임명할 당시 청와대는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해 정치권과의 소통 등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보좌할 적임자"라고 인선배경을 밝혔지만 11개월이 지난 지금은 대표적인 불통인사로 낙인 찍힌 것이다.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사진=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페이스북)
▶ 새로운 정무수석에 친박핵심으로 불리는 김재원 전 의원을 임명한 이유는?= 김재원 정무수석이 중국으로 연수를 떠난지 열흘만에 돌아왔다. 김 전 의원이 중국으로 떠나기 전 청와대에서 정무수석 제의를 했지만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서 맡아달라고 했고 그래서 수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TK출신이면서 친박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은 정무수석으로 임명한 첫 번째 이유는 집권후반기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재원 수석은 친박핵심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니까 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을 높여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한 중진의원도 "친박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의 정무수석 기용은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대 국회에서 김 전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로 협상을 했던 더민주 안규백 의원은 "김 정무수석 기용은 '다목적 포석'으로 본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김재원 수석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추천한 걸로 아는데 우 수석과 양대축으로 후반기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도 "청와대와 야당과의 가교 역할을 할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안 의원은 "김 수석이 세월호 협상을 비롯해 정권이나 새누리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일에는 강성이었지만 그래도 현기환 전 수석은 막힌 사람이지만 김재원 수석은 같이 일해본 경험으로 소신도 있고 소통도 할려고 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더민주의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병두 의원도 "김재원 정무수석과 자주 협상을 했는데 대화가 되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면서 "대통령에게 건의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도 가깝다는 얘기가 들린다.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가까운 사이였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자신과 가까운 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사진=김재원 신임 정무수석 페이스북)
▶ 그렇지만 다른 야당의 평가는 박하던데?=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비판적이었지만 더민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은 "국회 경험이 풍부한 분이라 특히 국회를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대야 관계도 소통을 통해 원만히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아쉬움이 많은 인사"라고 평가를 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실망스러운 회전문 인사"라면서 "소통과 협치라는 국회와 국민 뜻을 받들기보다 대통령의 뜻만을 잘 받드는 해바라기성 인사들로 채워져있다는 의구심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손 수석대변인은 특히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에 대해 "친박핵심으로 '대통령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적임자'일진 모르나 국회와 국민 뜻을 받들고 대통령에게 이를 가감없이 전달할 가교 역할을 수행하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고 20대 국회에 나설 수 없게 된 친박 핵심인사를 구조하는 노골적인 '친박 일자리 창출' 이라고 평가할 만하다"며 "20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에 따라 국정을 쇄신해야 할 판에 친박 진용을 더욱 두텁게 하는 친위 체제 구축하는 걸 보니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논평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기대를 나타냈다. 김현아 대변인은 "평소 동료 의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주변과의 소통에 능통한 분"이라며 "청와대와 국회, 국민들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훌륭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