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곽규택 의원과 박충권 원내수석대변인이 24일 국회 의안과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해임을 추진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6일 정 장관의 북한 구성시 핵시설 관련 언급이 '안보 자해', '미국과의 신뢰 훼손'이라고 비판한다. 넌센스다.
우선 국민의힘이 그렇게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로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동맹과의 신뢰를 위태롭게 했을 때는 뭐했었나. 윤석열의 해임(탄핵) 조차 막아서지 않았었나. 설사 정 장관 언급이 비밀 누설이라 해도, 그것과 윤석열의 헌법 파괴 가운데 더 심대한 '안보 자해'는 무엇인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1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둘째, 국민의힘의 안보관도 위선적이다. 정 장관의 구성시 핵시설 언급은 작년 7월 14일 그의 인사청문회장에서도 똑같이 나왔었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인요한 청문위원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묻자 정 장관은 이렇게 말했었다.
"북핵 문제 참 시급하다. 현재 우라늄 시설도 돌아가고 있다. 영변에 한 군데 더 짓고 있다. 구성, 강선에 있다. 네 군데 우라늄 시설에서 많게는 2천㎏, 적게는 1300㎏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미 추출해서 갖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지 않나?"
구성이라는 지명 말고도 고농축 우라늄 양까지 언급했다. 양은 더 민감한 정보다. 생중계돼 미국을 포함한 온 세상이 이를 지켜봤다. 그러나 청문회장에 있던 국민의힘 소속 위원 8명도 아무 소리 안 했다. 특히 김석기, 김건, 김기웅, 유용원 위원은 이 분야 전문가들인데 누구도 기밀 누설이라 지적하지 않았다. 9개월 침묵해와놓고, 왜 이제 와서 호들갑인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황진환 기자
셋째, 국민의힘의 숭미(崇美)주의가 부끄럽다. 정 장관의 3월 6일 발언에 대해 그날 언론은 '북한의 제3 우라늄 농축시설로 구성이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그 때 역시 국민의힘은 무반응이었다. 무반응은 1개월 넘게 이어졌다. 그러다가 4월 17일 '미국이 정 장관의 발언을 문제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그제서야 국민의힘이 들고 일어났다. 판단의 기준이 국내 안보라기 보단 그들이 숭상하는 미국의 심기였던 셈이다.
왜 국민의힘은 미국의 반응에 이토록 민감한가. 국민의힘은 미국이 쿠팡 사태로, 방시혁 출국금지 해제로 우리주권을 침해할 때는 거꾸로 침묵했다. 최근 장동혁 대표가 방미중 면담자를 보안이라며 숨기던 것을 미국 정부가 한국 언론에 공개해버린 '외교적 면박' 사태 때도 국민의힘은 항변 한마디 못했다.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동맹은 신념이 아니라 국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미국이 9개월 전 문제삼지 않았던 정 장관의 '기밀 누설'을 이제와서 들춰낸 건, 여러 정황상 이를 지렛대 삼아 안보 협의나 기술 협의에서 더 많은 이득을 챙기려는 '안보 장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제로섬의 국제현실에서 국민의힘은 어느 편에 서 있어야 하나. 자기 나라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외세의 편인가, 아니면 외세와 싸우는 대한민국의 편인가. 정략을 위해 국익을 팔아넘기는 행태야말로 '안보 자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