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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판 '수익공유', 노란봉투법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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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사우스웨스트의 경우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밤 성과급 협상을 타결했다. 총파업을 90분 앞둔 시점이었다. 회사는 100조원 피해가 우려되던 파업 사태를 피했고, 노조는 올해 1인당 최대 6조원이 넘는 특별성과급을 챙겼다. 주목할 점은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는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이 일괄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사업성과의 10.5%(31조5천억원)를 한꺼번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부담을 덜었다. 미국 등 외국 기업의 '수익 공유(Profit Sharing)'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수익 공유의 대표적 기업은 세계 최고 항공사로 평가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다. '직원이 1순위, 고객은 2순위'라는 경영 철학 아래 1973년 미국 항공업계 최초로 수익 공유 제도를 도입했다. 사우스웨스트는 매년 영업이익의 10~15%를 자사주로 적립해준다. 지급액은 직무 구분없이 직원의 기본급에 비례한다. 이는 사우스웨스트의 자랑인 '턴어라운드 타임(Turnaround Time) 10분'을 가능하게 했다. 항공기가 착륙하면 조종사와 승무원들까지 청소와 수하물 이송을 도와 10여 분만에 다시 이륙하는 독보적인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직원을 대량 해고했던 대형 항공사와는 달리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등 직원들은 스스로 급여를 반납하고 무급으로 일했다. 사우스웨스트는 테러 이후 유일하게 계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항공업계 정상에 올랐다. 수익 공유를 기반으로 한 노-사간, 노-노간 신뢰와 상생 관계가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직원들은 자신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회사 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욱 헌신적으로 일했다. 회사가 적자가 나면 성과급도 없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했다. 회사와 직원은 운명 공동체가 됐다. 사업 파트너이자 주주가 된 직원들에게 파업은 미친 짓이 됐다.
 
삼성전자의 수익 공유는 10년 기한이 있고, 퇴사할 때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사우스웨스트와 달리 1~2년 내에 모두 현금화할 수 있다. 기본 성과급 제도를 토대로 변형된 한국형 수익공유제라고 하겠다. 이는 노란봉투법의 산물이다. 노란봉투법으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성과급 지급 문제가 합법적 쟁의 대상이 됐고, 파업에 따른 손실에 대해서도 사실상 법적·재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파업이 전가의 보도가 되면서 노조는 수익 공유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하지만 삼성전자 안팎에는 노란봉투법의 그늘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7일까지 제1노조인 초기업노조의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이고 있는데, 제2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제3노조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은 "졸속적이고 부실한 합의안"이라며 부결 운동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주단체도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 성과급 합의는 위법"이라며 법적대응을 예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스타트를 끊자 다른 대기업으로 파업이 도미노처럼 번질 우려도 증폭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덕에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된 하청업체 노조들도 움직이고 있다. 양대 노총도 참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연쇄 파업의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그물망처럼 엮여 있는 공급망이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순기능은 키우고 부작용은 교정해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 파업 위기는 정부의 중재로 모면했지만 자동차에서, 조선에서 똑같은 위기는 데자뷰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선택을 했고 다른 기업들도 선택을 할 것이다. 정부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에 최대한 부합하기 위해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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