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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반반행보'는 계속된다…'반기문 대망론'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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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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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경쟁에 조기 등판, 혹독한 검증 예고…'半半 행보' 집중 표적될 듯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세계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방한을 통해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지면서 새누리당 내 충청권 의원들과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반기문 대망론'이 본격 점화됐다.

반 총장은 25일 방한 첫 일정에서부터 대선 출마를 강력 시사한 데 이어 28일 김종필 전 총리 예방과 29일 경북 안동, 경주 방문 등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여론조사 1위 지지도를 증명하듯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또 그의 대권 출마가 거의 기정사실화되면서 대선 정국은 조기 과열 조짐과 함께 한바탕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풍부한 외교무대 경험, 정치신인 참신함 등은 장점

하지만 지금의 반기문 열풍이 약 1년 7개월 남은 대선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반 총장이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재임하며 풍부한 국제경험을 쌓은 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이다.

지난 26일 제주포럼에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방문 의사를 밝힌 것도 자신의 외교안보 특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세계평화의 담지자로서 임기 내, 또는 임기 후에라도 방북을 성사시킬 경우 대선 경쟁력은 배가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립이 심화되는 북한도 반 총장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 총장이 만 71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의 때가 덜 묻은 '정치 신인'인 것도 장점이다.

여권 후보들은 4.13 총선 참패로 대부분 날개가 꺾였고 야권 후보들도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재수생'이 주축을 이룬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기존 여야 대권주자들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반기문 바람의 기세가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동안 (내년 대선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반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해온 것은 야권 후보군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반 총장은 방한 첫날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한국 정치의 분열적 병폐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정치 신인의 등장이 항상 그래왔듯 기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참신한 가치를 높이는 고전적인 마케팅이다.

◇ 본선에선 혹독한 검증…관료 출신 한계 드러낼 개연성

그러나 막상 대권 가도에 뛰어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냉혹한 검증 잣대가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거품'이 걷히면서 높았던 기대만큼이나 실망감이 커지고, 정치 신인이라는 장점은 순식간에 정치적 미숙이란 단점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고건, 이회창 전 총리의 예에서 보듯 신망 받던 관료로서의 경력이 대선 선거판에선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반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과연 혹독한 검증 절차를 견뎌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현재 여권에 마땅한 주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반 총장에 대한 평가가 다소 과장되고 증폭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반 총장이 거친 정치투쟁도 불사할 만큼의 권력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4일 한 방송에서 반 총장이 "굉장한 권력욕도 있다"고 말했지만 더민주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경우 본인의 분명한 권력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모호하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반 총장이 조기 등판을 선택한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여의도 정치권의 지배적 견해는 반 총장이 가능한 출마 시점을 늦춤으로써 날선 검증을 최대한 비켜가려 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여야가 경쟁하듯 '꽃가마'에 모셔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 조기등판 배경 의문…'半半 행보' 집중 표적될 듯

하지만 이미 대권행보에 돌입한 이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업무 평가는 물론 보수‧진보정권 사이에서 줄타기 하듯 했던 과거 행적 등도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원내대표는 "저희 민주당 문을 두드린 것도 반이고, 새누리 두드린 것도 반이라 모든 게 반"이라고 슬쩍 견제구를 던지며 본격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반 총장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고인에 대해 냉담한 태도를 보인 것은 친노성향 지지자들에게 결정적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알려진 반 총장의 'DJ 동향 보고' 논란도 적어도 호남지역에선 두고두고 그를 괴롭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과 달리 비박계는 반 총장의 경선 참여를 요구함으로써 당내에서부터 흠집이 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반 총장이 대권 도전만 시사했을 뿐 정치 노선에 대한 입장은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친박계와의 제휴를 무조건 속단할 수도 없다.

국회법 거부권 파동에서 보듯 총선 참패 이후에도 민심과 괴리돼있는 친박계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면 반 총장이 굳이 친박과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만 반 총장의 성향을 감안하고 충청권 여권주자 및 친박계 대권주자가 공백인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충청과 TK(대구‧경북) 연대를 바탕으로 한 '반기문 대망론'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반 총장이 충청권 맹주 JP를 면담한 이튿날 TK인사들과 회동한 것은 이런 관측을 더욱 뒷받침한다.

만약 충청‧TK 연대설이 현실화된다면 야권에선 '불펜투수' 안희정 충남지사를 조기 등판 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구 대결 양상까지 겹쳐지며 2017년 대선은 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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