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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혼자 있고 싶어요" 단원고 지워지지 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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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단원고 김은지 스쿨닥터(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학생들의 심리 삼당을 전담해 온 스쿨닥터 김은지 선생님. (사진 박철웅)

 

재난 트라우마는 1년이 지나면 서서히 회복 단계로 접어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특수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더욱더 특수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트라우마는 해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일베의 오뎅 비하 사진, 특별전형을 비난하는 댓글 등. 좋아지다가도 다시 상처 입기를 반복한다.

세월호 참사가 쓰나미처럼 단원고를 휩쓸고 지나간 지도 2년. 단원고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와 위치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잘 지내기 위해 싸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2년이나 지났는데…"로 이 아이들의 상처를 모른 체할 수는 없다. 싸우고, 대립하고, 비난하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은 이런 것들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스쿨닥터로 줄돋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전담해온 김은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씨를 만났다.

김씨는 아이들이 나름대로 트라우마를 이겨내곤 있지만, 잠재의식속에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 그날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실에 들어올 때는 학업문제, 진로에 대한 문제 등을 주로 상담하러 와요.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허전하고, 희망이 없는 느낌이 들고, 부정이 시작된 계기를 살펴보다 보면 세월호랑 연결되는 부분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상담의 끝은 언제나 세월호였다.

김씨는 아이들의 애도반응에는 두 가지 축이 있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 인한 슬픔으로 정서적으로 경감되는 축과 실제로 그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애착을 만들고 새롭게 적응하려는 축, 이 두 축이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250여 명의 선배들을 한꺼번에 잃은 아이들. 공허함은 또래들만으론 채울 수 없었다.

"교실도 앉아있기 싫고, 친한 사람도 없고, 뭐가 도대체 너를 혼자있게 만드니라고 하면서 풀어나가다보면, 예전에 나에게 잘해준 선배. 그 선배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속에는 자리잡고 있는 거죠."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 사이에서도 '세월호' 석자는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학교에서는 교사나 친구들에게 세월호에 대한 정서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잘 지내려고 해요. 서로 사고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어른과 사회에 대한 불신. 원치 않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큰 재난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얻었다. 외상을 제공한 바깥과의 연결고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문제에 있어 이 사회의 어른들이 보여준 모습은 서로 헐뜻고, 합의보다는 갈등이었다.

이미 몇몇은 예전만큼 어른들이나 세상을 믿을 수 없다고, 뭔가 희망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

김씨는 "어른들이 사회가 안전하고 도와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줘야 한다"며 "그래야 다시 사회와의 관계 속에 아이들이 재난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을 어른들이 현명하고 슬기롭게 합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의 회복에 가장 좋은 처방약"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김씨는 이 인터뷰가 또 다시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모른다는 마음에 말을 아끼고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단원고 아이들은 너무나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은 갖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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