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 경찰 45명? 410명 더 있어
-리스트 경찰관 "함정단속하다 노출"
-6만명 리스트만 수사, 15만명 안해
-수요자는 수사 못해, 공급자만 입건
-"명단 공개후 경찰이 증거인멸 지시"
-"경찰, 명단 수령거부 퀵으로 보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주는 뭐 파 보셨나요?
◆ 권민철> 이번주 주제는 바로 이겁니다.
"6만여명이나 되는 성매수자 리스트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명단에는 경찰관을 비롯해 의사, 한의사 등 직업이 표시된 경우도 있었는데, 경찰이 명단을 확보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권민철> 이른바 강남성매매 리스트 이야기입니다. 경찰이 1월부터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성매수 남성은 단 한명도 잡지 못했습니다. 취재해보니 오히려 경찰수사가 엉망입니다. 오늘 훅뉴스는 소문만 요란했던 성매매리스트 수사, 그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김현정> 경찰 수사, 성과가 있다고들 하지 않았나요?
◆ 권민철> 이 사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에서 수사중이거든요. 그동안 50여명을 입건해서 그중 2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전부 성매매 공급자입니다. 수요자, 그러니까 성을 매수한 남성은 한명도 없는 거죠.
◇ 김현정>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성매수남이 6만명이라 했죠?
◆ 권민철> 처음 공개된 게 6만명입니다. 나중에 이들을 포함한 22만명 명단이 2차로 공개됐죠. 사실 명단은 엑셀 파일 하나에 전부 담겨 있습니다.
◇ 김현정> 누가 공개했던 거죠?
◆ 권민철> 라이언앤폭스라는 컨설팅회사 대표 김웅 씨가 공개했습니다. 알고 지내던 지인 소개로 성매매업계쪽 사람에게 제보 받은 걸 언론에 통해 공개한 겁니다. 당초 공개 목적은 성매매 업주의 마약복용문제를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 김현정> 권 기자도 문제의 파일을 살펴 본 거죠?
◆ 권민철> 네. 엑셀 파일 보면 아래에 쉬트(sheet)가 있잖아요? 이 쉬트가 모두 5개가 있더군요. 6만개는 이 가운데 1개 쉬트(우리자료 or 우리자료2)에 있는 숫자고, 나머지 4개 쉬트의 명단을 모두 합한 게 22만개입니다. 성매매자와 성매매 시도자 모두 포함된 겁니다.
◇ 김현정> 리스트에 실명도 나오나요?
◆ 권민철> 여기 보시는 게 엑셀의 한 페이지를 출력한 겁니다. 핸드폰 번호는 기본이구요. 이름은 간혹 있는 것도 있지만 거의 없고, 그 사람에 대한 메모가 적혀 있죠.
◇ 김현정> 그러네요… 통일된 양식은 아닌 거 같아요?
◆ 권민철> 여러 성매매 업소에서 작성한 때문인지 들쭉날쭉입니다. 성매매금액으로 보이는 액수(20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 성매수남의 인상착의. 때로는 직업과 타고온 차량 종류와 차량번호 등이 있고, 접선 장소와 성매매가 이뤄진 장소 등이 불규칙적으로 등장합니다.
◇ 김현정> 다시 경찰 수사로 돌아가서, 리스트가 구체적인 것도 있는데 왜 한명도 못 잡은 거죠?
◆ 권민철> 경찰은 리스트의 신빙성을 의심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다만 리스트만으로는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범행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이야기 들어보시죠.
"매수남, 매매여성이 특정되고 일시 장소가 특정되고 했다는 단서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데, 지금 리스트만 가지고는 매매 여성도 특정이 안되요. 그리고 매매여성도 남성들을 특정 못해요 기본적으로"◆ 권민철> 설사 수사가 쉽지 않더라도, 보다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처음에 들으신 거처럼 그 명단에 경찰관들도 다수 포함돼 있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경찰도 들어있잖아요.
강남성매매리스트에 기록된 경찰 명단 일부 (표=스마트뉴스팀 제작)
◆ 권민철> 경찰은 명단에 경찰이라고 기록돼 있는 사람이 45명이라고 했어요. 수사결과 모두 관련없다고 했고요. 하지만 문제는 리스트에 '경찰'이라고 기록돼 있는 사람이 45명이 아니라 그 10배에 해당하는 455명이라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아니 경찰은 45명이라고 발표했다면서?
◆ 권민철> 수사를 엉터리로 한 거죠. 45명은 아까 말씀드린 엑셀 쉬트 5개 가운데 1개에 있는 명단만 검색한 숫자입니다. 나머지 4개 쉬트는 검색을 안한 겁니다. 455명은 제가 나머지 4개 쉬트들을 전부 뒤져 찾아낸 숫자입니다.
◇ 김현정> 이들 경찰관들에는 어떤 식으로 표시돼 있던가요?
◆ 권민철> 여기 보시면, 단순히 경찰 또는 형사라고만 기록돼 있는 것도 있지만, 소속과 상대 여성 이름 등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들도 있습니다.
◇ 김현정> 이 사람들과 혹시 통화해봤나요?
◆ 권민철> 물론입니다. 이 사건 수사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한다고 했잖아요, 바로 이 곳에서 근무중인 경찰관도 명단에 있었습니다. 그 사람과 통화 내용 들어보죠.
"제가 단속반에 1년 반 정도 있었거든요, 그 때 단속할 때 예약도 하고 하니까. 업소를 단속하려면 예약을 하니까. 지금도 성매매 같은 경우는 함정단속이 허용이 되잖습니까?"◇ 김현정> 이 경찰관에 대해서는 아직 경찰이 수사를 안했다는 거죠?
◆ 권민철> 안했습니다.
◇ 김현정>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이라고 등장하는 사람들 45명을 살핀 결과 문제가 없는 걸로 봐서 다른 사람들도 굳이 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이 부분 다시 들어보시죠.
"성매매가 이뤄진 것은 액수라든가 매매 여성 가명이라든가 그런 게 있어요. 근데 그 (경찰)번호는 그런게 없어요. 아마 번호만 따 놓고 튀어버린 거 같아요"◇ 김현정> 그런데 아까 메모가 있다고 했잖아요?
◆ 권민철> 맞아요. 메모가 없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있는 것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데 확인도 하지 않고 메모 타령만 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메모가 없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이죠?
◆ 권민철> 만약 성매매 메모가 있다는 건 그 경찰관이 돈을 지불하고 단순히 성매매를 한 걸 의미하겠죠. 하지만 메모가 없다는 건 돈을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거는 성매매가 아니라 성접대 인거죠.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성접대라면 경찰과 업소간에 상당한 유착관계가 있다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경찰이 수사를 해야 할 게 바로 그런 거죠. 가령 경찰관이 업소와 얼마나 자주 통화를 했는지 통화기록 조회 같은 거 말입니다. 성매매범 명단에 경찰번호라고 적힌 게 455건이나 나왔는데, 통화기록은 조사를 하지 않은 겁니다. 경찰, 시쳇말로 간이 부은 겁니다.
◇ 김현정> 결국 경찰 수사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던 걸까요?
(사진=자료사진)
◆ 권민철> 그거는 말할 거 없이 경찰이 아예 성매매업소를 비호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성매매리스트가 처음 보도된 게 1월 15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보도직후 경찰이 업소쪽에 전화를 해서 증거 전부 없애라고 했다고 합니다. 라이언앤폭스 김웅 대표의 깜짝 놀랄만한 증언 들어보시죠.
"1차 보도 나가고 나서 이미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데요, 그 조직이, '야 상황 커지니까 빨리 접고 컴퓨터 안에 있는 드라이버 다 빼서 파기하고, 대포폰 없애고, 빨리 떠라'"◆ 권민철> 실제로 경찰이 범행현장에 출동한 건 증거가 없어진 다음이었고… 증거가 없으니 22만명 성매수남 수사를 못하게 된 거고요.
◇ 김현정> 사실, 이런 범죄는 전광석화처럼 해야 하는데, 아예 도망가라고 하고난 다음에 들어간 거네요?
◆ 권민철> 맞아요. 성매매리스트를 경찰이 확보한 것도 첫 보도 후 3일 뒤거든요. 그 것도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쪽에서 가져가라, 가져가라 사정을 하다시피해서 그 것도 퀵서비스로 보냈다고 합니다. 다시 라이언앤폭스 김웅 대표 이야기 들어보죠.
"(파일이) 갔어요. 결국은 억지로 억지로 줬죠. 아 이렇게까지 안 받으실 거면 제가 검찰에 넘기겠습니다. 당신들이 이 파일을 가지고 이거 범죄정보인데 이걸 넘겨받지 않겠다면 나는 방법이 없다, 검찰에 넘기겠다, 그리고 나서 5분 있다가 수사부장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청장이 받으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김현정> 듣고 보니 경찰 수사,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 권민철> 그렇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경찰은 22만건은 현재 수사 대상 아니다고 대 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업주측에서 별도의 장부에 기록한 5천건만 수사 대상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정도니까, 말 다 한 거죠.
◇ 김현정> 사실 과거에도 경찰관들 성매매업소와 유착문제는 몇 번 나왔었죠?
◆ 권민철> 2010년 서울강북의 성매매 대부 '이경백 사건'이라고 있었죠. 그 때는 업주와 전화한 사실만으로도 69명의 경찰관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 김현정> 사실 경찰 뿐 아니라 이번에 국방부 등 공무원의 경우는 성범죄 처벌 강화하기로 했잖아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사회분위기는 성범죄에 대해 더욱 엄격해 지고 있는 추세인데, 경찰만 역주행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 김현정> 이번 리스트에는 경찰 말고도 다른 공무원들도 물론 있겠죠?
◆ 권민철> 제가 경찰관만 집중해서 살펴보느라 다른 직군들은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대충 넘겨봤을 때 교도관, 변호사 등 다른 직종도 눈에 띄었습니다. 경찰이 경찰관 명단 때문인지 이 리스트를 덮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범행도 결국 덮이게 된 겁니다.
◇ 김현정> 오늘 내용도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경찰 수사를 독려만 하다고 될 게 아니라, 경찰 수사가 왜 미온적인 건지 경찰 수사라인에 대한 감찰도 필요한 거 같습니다. 오늘도 '훅!뉴스' 준비하느라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