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감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는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게 더 어려웠다.
지난달 29일 '당분간 지속하자'는 의원총회의 결론에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제동을 걸면서 다음날 필리버스터 종료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을 손대지 못한 상황에서 중단할 수 있느냐는 게 강경파들의 주장이다. 여기에는 필리버스터로 적지 않은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용서해달라", "정말 죄송하다"면서 눈물을 흘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이 원내대표다.
사실 야당이 1주일 이상 정국 주도권을 잡으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도 최근 몇년 사이에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총선을 40여 일 앞둔 상황이어서 필리버스터의 효과는 더 극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를 더 끌고 갈 경우 역효과가 클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구획정을 최우선으로 한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면서 되레 총선 일정에 차질을 빚게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테러방지법을 무기한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민주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2일을 넘길 경우 총선 연기 입장을 선관위에 전달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은 총선 연기 주장을 내놓으며 야당을 압박했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때 한계효용 법칙으로 하면 마이너스로 바뀔 시점이 지난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여야가 마지노선으로 합의했던 지난달 29일이 정점이었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야당은 정통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봤지만 부동층·무당층까지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경우 야권 지지층은 환호할 수 있지만 중도층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 양면이 있다"고 전했다.
조성대 한성대 교수는 "필리버스터는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갈등을 평화적으로 전개시켜주는 기능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아쉽지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제 야권의 과제는 김종인 대표의 말대로 필리버스터에서 경제 문제로 프레임 전환을 하느냐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우리 더민주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공약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더민주는 '헬조선', '금수저·흙수저'로 대변되는 양극화 문제의 해소를 위한 '777플랜'을 내놨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2014년 기준 61.9%), 노동소득분배율(68.1%), 중산층 비중(65%)을 모두 70%로 높이는 내용이다.
더민주는 이뿐 아니라 청년실업, 경제침체 등 경제실정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구상이 얼마나 주효할 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경제 프레임에 대한 긍정론은 결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도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라는 데서 출발한다.
양승함 교수는 "정부·여당이 안보위기를 통해 경제위기를 덮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야당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문제를 끄집어내는 게 선거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