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 추진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가 비싼 수업료를 받고도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차문호 부장판사)는 하나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하나학원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장학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는 5억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하나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 뉴타운 개발을 하면서 추진했는데, 설립 과정에서부터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08년 당시 서울시는 서울 은평구 부지에 자립형사립고를 설립하기로 하고, 그 설립자로 하나금융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을 선정했다.
서울시가 학교부지를 5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낮은 이자로 빌려주고, 학생 정원의 15%에 해당하는 90명분의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문제는 입학전형과 비싼 수업료였다. 하나고는 2010년 개교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전체 모집정원의 20%를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 중에서 뽑고 있다. 학생 1인당 연간 수업료도 일반 고등학교의 3배에 달하는 540만 원에 달한다.
하나고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입학전형과 고가의 수업료는 '귀족학교'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하나고에 투입된 세금은 14억 5000여만 원. 지난 2014년 서울시의회는 하나고에만 장학금을 주는 것은 특혜라는 논란을 의식해 장학금 규모를 3분의 1가량 줄인 3억 2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사진=하나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하나고 측의 반발에도 서울시는 "장학금 지원 약정은 하나고가 자립형사립고로 운영됨을 전제로 체결됐는데, 하나고는 2010년 자율형사립고로 변경돼 더 이상 장학금을 지원할 의무가 없다"며 지난해 예산도 일부 삭감했다.
이에 하나고 측은 2014년도와 2015년도 장학금 미지급분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하나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율형사립고 변경 이후에도 서울시가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해왔고, 자립형사립고 유지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면서 서울시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입학전형을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를 뽑는 특별전형에서 일반전형으로, 모집 단위를 전국에서 서울로 변경해야 한다는 서울시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건설을 추진하면서 우수학교를 유치하려고 장학금 지원 조건을 제시해 적극적으로 학교설립 지원자를 모집했고, 하나학원은 이런 공고를 믿고 학교설립을 신청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