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은 국가 충성보다 고통받는 이 구하는 것
-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기본적 예의 안 지켜
- 어버이연합 혐오와 증오 표현, 위험한 수준
- 예술활동, 사회 변화의 힘 될 수 있어
- 효녀연합 아닌 다양한 작업 계속 펼쳐 갈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1월 29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홍승희 (대한민국 효녀연합 대표)
◇ 정관용> 대한민국효녀연합 이런 단체 최근에 들어보셨죠? 위안부협상 결과가 나온 이후에 만들어진 단체고요. 언론에 소개되기는 어버이연합과 대비되는 단체 이런 식으로 많이 소개가 됐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좀 풀고자 홍승희 대표를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홍승희>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회원이 몇 명이에요?
◆ 홍승희> 회원이요? 아직 취합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30명 좀 넘습니다.
◇ 정관용> 그럼 회칙, 정관 이런 게 있어요?
◆ 홍승희> 아니요. 그런 공식적인 단체는 아니고요. 퍼포먼스로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가입 문의가 많이 와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 정관용> 페이스북 페이지.
◆ 홍승희> 거기에서 회원가입 신청을 받고 있어요.
◇ 정관용> 아직 회칙, 정관 이런 건 없고?
◆ 홍승희> 네.
◇ 정관용> 대표는 그냥 홍승희 대표가 ‘내가 그냥 대표할래’ 이렇게 한 거예요?
◆ 홍승희> 아니에요. 그냥 대표도 없고. (웃음) 그런데 제가 많이 관리를 하고 있어요.
◇ 정관용> 그러면 제가 ‘홍승희 대표’ 이렇게 소개했는데 아니에요?
◆ 홍승희>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래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 정관용> 회원들이 ‘대표를 어떻게 뽑읍시다’ 이런 얘기를 아직도 안 한?
◆ 홍승희> 네.
◇ 정관용> 만들어지고 있는 단체. 이렇게 말해야겠군요.
◆ 홍승희> 네, 맞아요. 수평적인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정관용> 맨 처음에 이 이름이 알려진 건 위안부협상 결과 이후 맞죠?
◆ 홍승희> 네, 맞아요. 수요일마다 예술행동을 하는데.
◇ 정관용> 수요일 수요집회 때.
◆ 홍승희> 네. 그때 저희 같이 활동하는 청년예술가들이랑 즉석에서 만든 퍼포먼스였어요.
◇ 정관용> 언제였어요, 그게? 처음이?
◆ 홍승희> 그게 1월 6일이었어요.
◇ 정관용> 그날 일본대사관 앞에 가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우리 홍승희 대표가 먼저 한 거예요?
◆ 홍승희> 아니요. 그때 저희가 첫번째 공연순서였어요. 그래서 공연 기다리고 있는데, 순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버이연합 온다는 소식 듣고 저희도 뭔가 해야 될 것 같아서.
◇ 정관용> 첫번째 공연 순서였다는 건 그 수요집회를 주도하시는...
◆ 홍승희> 수요집회 끝나고 수요일마다 예술인들의 예술행동이 있어요.
◇ 정관용> 아, 기존부터.
◆ 홍승희> 네. 그 차원에서.
◇ 정관용> 그러면 그 예술행동을 조직하는 어떤 곳이 있네요?
◆ 홍승희> 네. 그건 이광석 가수 선배님이 먼저 예술가들에게 제안을 해서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어요, 예술인들이.
◇ 정관용> 아, 매번 다른 팀들이 그렇게.
◆ 홍승희> 네, 매번 다른 팀들이.
◇ 정관용> 그런데 1월 6일 그날은 우리 홍승희 대표를 비롯한 퍼포먼스팀. 좀 와 달라, 이렇게 한 거군요. 그래서?
◆ 홍승희> 그래서 즉석에서 피켓을 만들기로 했어요.
◇ 정관용> 어버이연합 시위를 본 후에.
◆ 홍승희> 네. ‘효녀연합 소녀부대’ 이렇게 만들어서.
◇ 정관용> 효녀연합 소녀부대.
◆ 홍승희> 네.
◇ 정관용> 누구 머리에서 나왔어요, 그게?
◆ 홍승희> 같이 얘기하다가.
◇ 정관용>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 홍승희> 아, 그래요?
◇ 정관용> 누군지 정확히 몰라요?
◆ 홍승희> 네. 누군지 기억 안 나는데 같이 얘기하다가 쓰게 됐습니다.
◇ 정관용> 어버이니까 딱 떠올랐군요.
◆ 홍승희> 네, 어버이니까.
◇ 정관용> 효녀연합 이렇게.
◆ 홍승희> 네.
◇ 정관용> 그래서 그냥 그 피켓을 들었을 뿐인 거죠, 퍼포먼스를 하면서. 그런데 그게 사진이 찍혀서 이렇게 알려진 거고.
◆ 홍승희> 네. 어버이연합 분들이 소녀상 앞으로 오시려고 하길래 막는 과정에서 이렇게 사진이 찍혔어요.
◇ 정관용> 퍼포먼스는 어떤 걸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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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희> 그때그때 다른데 그날은 좀 시낭송 퍼포먼스를 했어요. 그래서 연설, 찰리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연설문 그날 낭독했었고요. 낭독하면서 간단한 행위로 퍼포먼스 하고.
◇ 정관용> 그럼 그 후에 매주 수요일 계속 가고 있습니까?
◆ 홍승희> 네. 이번주랑 지난주는 못 갔고 그 전에는 그때그때 다른 콘텐츠로.
◇ 정관용> 아, 매주 간 것은 아니고.
◆ 홍승희> 네. 가능할 때 참여하고 있어요.
◇ 정관용> 뭔가 퍼포먼스 아이디어가 잘 만들어질 때. 그럴 때 가고 있다.
◆ 홍승희> 네.
◇ 정관용> 지금까지 한 활동은 사실 그게 다 한 거죠, 효녀연합 이름으로?
◆ 홍승희> 네. 효녀연합 이름으로. 그 이후에 토요일에 국민대회가 있었어요. 그때 꽃 들고 모여 달라 해서 꽃 플래시몹 같이 진행했습니다. 그때는 효자연합도 같이 했었고요.
◇ 정관용> 아, 효자연합도 또 생겼어요?
◆ 홍승희> 네. 그건 청소년들 중심으로.
◇ 정관용> 중고등학생?
◆ 홍승희> 네, 중고등학생. 원래 국정교과서 반대 활동했던 청소년들이더라고요. 그 친구들이랑 같이 플래시몹도 하고 그랬습니다.
◇ 정관용> 피켓에 쓰여 있는 문구들이 많은 사람들한테 어떤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선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 홍승희> 네.
◇ 정관용> 무슨 뜻이죠?
◆ 홍승희>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 정관용> 그래도 설명 한 번 해 보세요.
◆ 홍승희> 우리나라에서 애국이라고 하면 국가에 충성하거나 국기에 맹세하는 게 애국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것 이전에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당장 고통 받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애국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그 본질은 모든 사람에 대한 애정이고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 했잖아요. 재작년에. 그때 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에 되게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해라, 이게 애국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때 아이들을 구하는 게 진짜 애국이었고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했으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애국이잖아요. 애국이라는 말이 되게 많이 왜곡된 것 같아요.
◇ 정관용>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했지만 홍 대표 입으로 쭉 설명을 들으니까 훨씬 느낌이 좋잖아요.
◆ 홍승희> 네.
◇ 정관용> 또 하나, 이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는 ‘인간에 대한 예의’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 홍승희> 그것도 사실 한일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건 다들 아시겠지만 다른 게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 당시에 소녀들, 할머니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거잖아요. 국가라는 존재가. 그랬으면 진실이라도 지켜주고 눈물이라도 지금이라도 닦아주는 게 인간에 대한 예의인데. 지금 그런 세월, 고통의 세월마저 돈으로 환산하고 역사에서 기록을 빼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게 그냥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 같아요. 일본 정부도 그렇고 박근혜 정부도 그렇고 그래서 이게 되게 심각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어버이연합하고 효녀연합 또 효자연합까지 만들어졌다고 했어요. 사실 어버이하고 효녀, 효자는 굉장히 친해야 돼요. 그렇잖아요.
◆ 홍승희> 네.
◇ 정관용> 그런데 현실에서는 안 친하죠, 솔직히?
◆ 홍승희> 네. 친한 것까지는 사실 바라지 않아요. 그런데 아무리 뭐랄까, 자식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자식이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 자식을 때리려고 하거나 종북이라고 매도하거나 그러지 않잖아요. 그런 가족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의견이 다르면 종북, 빨갱이 이런 굉장히 위험한 단어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이게 계속 용인되는 사회분위기가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 그래서 화해를 하고 싶은데 잘 안 되죠. 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정관용> 그 현장에서 수요집회 현장에서 어버이연합하고 몇 번 마주쳤죠?
◆ 홍승희> 네.
◇ 정관용> 그런데 진짜 때리려고들 드세요?
◆ 홍승희> 그러니까 제가 그렇게 한 다음에 그 다음주에 또 집회를 오셨어요. 그런데 그때는 제 사진도 인쇄해오시고 ‘효녀팔이 홍승희’ 이렇게 해서.
◇ 정관용> 효녀 뭐요?
◆ 홍승희> 효녀팔이. 효녀를 판다고요. 효녀라는 이름을 팔아서 자기를 이용한다. 이렇게.
◇ 정관용> 효녀팔이 뭐라고 썼다고요, 정확하게?
◆ 홍승희> 효녀팔이 홍승희.
◇ 정관용> 아, 이름까지.
◆ 홍승희> 네, 이름까지 쓰시고. 그 후로는 그런 게 없어요. 그런데 그때 되게 충격을 많이 받았죠.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피켓이 등장했고. 막 몸싸움도 하고 그럴 때는 때리려고 들고 그러세요?
◆ 홍승희>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 정관용>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 홍승희> 제가 옆에 다가가면 되게 분위기가 험악하니까 위험할 것 같아서 그날은 그냥 조용히 들어갔어요.
◇ 정관용> ‘종북’ 이런 말도 막 나와요?
◆ 홍승희> 네, 종북이라고. 통진당 세력이 뒤에 있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홍승희 씨를 향해서?
◆ 홍승희> 네, 저랑 정대협도 그렇다.
◇ 정관용> 정대협도?
◆ 홍승희> 네. ‘정대협과 효녀연합 규탄. 물러가라’ 이렇게 현수막을 가져오셨더라고요.
◇ 정관용> 정대협도 뒤에 통진당이 있다. 종북이다.
◆ 홍승희> 네.
◇ 정관용> 그런데 효녀연합 분들은 그 어버이연합 분들이 그렇게 피켓을 들고 와도 활짝 웃는 미소로 그분들한테 다가간다. 이런 식의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실제 그렇습니까?
◆ 홍승희> 네. 그렇게 했었어요. 사실 험악한 분위기가 되는 게 싫어서 또 소녀상 앞에서는 좀 예의를 지키는 게 맞는 것 같아서.
◇ 정관용> 그렇게 웃으며 다가갔는데도 그분들은 소리를 막 외치고 그래요?
◆ 홍승희> 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그 다음 집회 때도 ‘물러가라! 홍승희는 물러가라’ 이러시니까 곁으로 다가가기가 좀 위축되더라고요, 아무래도. 또 얼마 전에 김주하 앵커님 물러가라고 집회하셨던데. 그냥 되게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되게 쉽게 혐오하잖아요. 너무나 쉽게 증오를 표현하고.
◇ 정관용> 아무튼 톡톡 튀는 아이디어라고 하는 측면에서 어버이연합, 효녀연합 게다가 효자연합. 사람들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식의 네이밍, 이름 붙이기가 ‘시민운동을 너무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거든요.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 홍승희>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패러디로 처음 시작했는데 효녀연합이 실제로 있는 거냐에서부터. 그런데 이게 어떤 새로운 문화적 코드라고 해석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시민단체라기보다는 좀 문화운동의 하나의...
◇ 정관용> 문화운동으로. 문화예술활동의 하나다.
◆ 홍승희> 네. 그래서 사실 효녀라는 말 자체도 마음에 들진 않거든요. 가부장제 단어이고 가부장 언어이고 그래서. 그리고 뭔가 효녀와 어버이라는 게 아무래도 가족 중심의 뭔가 이런 가족이데올로기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효녀연합이라는 이름으로도 뭔가 퍼포먼스를 하겠지만 제가 효녀연합 자체의 이름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퍼포먼스를 더 할 것 같아요.
◇ 정관용> 본질적인?
◆ 홍승희> 네, 효녀연합에서 그 효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적인 언어가 싫어서 좀 다른 방식으로.
◇ 정관용> 이름도 다른 것 하나 붙이고?
◆ 홍승희> 아니요, 또 무슨 연합이라고 또 할 것 같지는 않고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 홍승희 대표는 이 활동 이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저희가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하셨었죠?
◆ 홍승희> 저는 사실 모든 활동이 다 예술이고 퍼포먼스라고 생각하거든요. 전에 국정교과서 반대하는 청년예술인행동이라고, 그것도 같이 하면서 피케팅도 했었고요. 신촌대학교라는 대안대학교에서 소셜아트학과를 만들어서 거기서 사람들과 퍼포먼스도 하고.
◇ 정관용> 실제는 없는 가상의 대학교.
◆ 홍승희> 네. 실제 허가를 받거나 이런 건 아닌데 존재하긴 해요. 신촌에서.
◇ 정관용> 신촌대학교라고.
◆ 홍승희> 네.
◇ 정관용> 거기에 소셜아트.
◆ 홍승희> 네. 소셜아트학과.
◇ 정관용> 사회적 예술. 거기 학과장?
◆ 홍승희> 네. 학과장.
◇ 정관용> 강의도 해요, 그럼?
◆ 홍승희> 네, 강의도 했습니다.
◇ 정관용> 어떤 학생들이 옵니까?
◆ 홍승희> 되게 다양해요. 10대부터 50대, 60대까지 다양한 분들이 좀 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요. 기존의 운동방식 말고 다른 방식은 없을까? 이런 걸 고민하는 분들도 많이 오고요. 저도 옛날에 사회운동, 사회활동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걸 공유하기 위해서 만들었어요.
◇ 정관용> 알겠어요. 국정교과서 비판, 대안대학교 소셜아트. 예를 들면 위안부 관련해서 퍼포먼스라면 어떤 걸 하는 겁니까? 하나만 예를 들면.
◆ 홍승희> 대표적으로 했던 건 걸개그림을 크게 그렸어요. 한반도 모양인데 할머니, 소녀가 누워 있는 모습? 그걸 한반도 모양으로 형상화해서 거기에 할머니의 세월, 어떤 나이를 상징하는, 세월을 상징하는 그런 모양들을 넣고 이게 그림인데 말로 설명하려니까 잘 안 되는데 역사에 대해서 그림을 그린 거예요. 한반도의 역사는 할머니들의 고통의 역사와 같다. 그래서 누군가의 업적이나 왕의 역사가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인간의 역사가 한반도의 역사다. 이런 걸 뜻하는.
◇ 정관용> 그런 걸개그림을 현장에서 직접 그리는.
◆ 홍승희> 네, 시민들도 다 같이 참여해서 같이 그리고. 그래서 그건 제가 보관하고 있고요.
◇ 정관용> 예술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까?
◆ 홍승희> 예술이 사실 사회를 바꾼다기보다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삶의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삶의 힘을 준다는 점에서 더 본질적인 것 같아요. 사회를 바꾸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보다 사회를 바꾸려는 내 삶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사회를 바꾸는 방식에 대한 걸 고민을 하는 거죠. 더 본질적인 걸 계속.
◇ 정관용> 그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삶의 힘이 된다. 그 예술을 그냥 보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힘이 된다. 그런 힘이 모이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거로군요.
◆ 홍승희> 사회가 나열된 이슈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뒤집어질 수 있는 거죠. 그런 전복이 가능한 것 같아요, 예술이.
◇ 정관용> 앞으로의 계획은요?
◆ 홍승희> 앞으로 제가 이번에 효녀연합 활동 이후에 한 3주가 지났잖아요. 이 동안 되게 많은 걸 느꼈어요. 특히 여성으로서 제가 무뎌져 있던 이걸 젠더 감각이라고 하던데. 여성으로서 억압되고 상품화되고 대상화되는 것들에 대해서 처음으로 깨달았거든요.
◇ 정관용> 그 3주 사이에.
◆ 홍승희> 네.
◇ 정관용> 많은 분들이 댓글 달고 우리 홍승희 대표 여성이다, 외모가 어떻다. 그런 것들이 많이 나왔죠?
◆ 홍승희> 네, 맞아요. 그런 것들을 통해서 되게 많이 느꼈어요. 아, 저는 그냥 인간으로서 제 날 것을 표현한 건데 이 사회의 언론환경과 문화적 정서 자체가 여성이면 뭔가 대상화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구나. 해서 이 환경을 표현하고 그런 작업을 앞으로 할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간해방의 최전선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런 작업을 앞으로 할 것 같아요. 그런 글을 쓰고.
◇ 정관용> 작업거리가 더 늘어났군요. 점점.
◆ 홍승희> 네. 그런데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국가권력이 가장 제 존재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국가권력보다 더 많은 폭력이 사실 일상 속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었고 이것을 표현해내는 게 제 오늘을 해방시키는 일이고. 그래서 제가 진짜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이런 젠더 감각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 정관용> 홍승희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죠?
◆ 홍승희> 저는 모든 폭력이 사라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 세상이라는 곳이. 그런데 이 폭력을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게 직시하고 내 오늘을 이 폭력 속에서 계속 해방시키려고 노력하는 일.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유보하지 않고 어떨 땐 되게 아프지만 그 아픔도 다 데리고 가는. 아픔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아픔을 배제하지 않는 세상.
◇ 정관용> 함께 가는.
◆ 홍승희> 네. 모든 고통을 다 데리고 가는. 그래서 누구도 혼자서 울지 않는 세상이요.
◇ 정관용> 그런 세상, 빨리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 홍승희> 네.
◇ 정관용> 기대와 달리 오늘 인터뷰를 쭉 해 보니까 대한민국 효녀연합이라고 하는 이 이름이 정규 어떤 조직으로 발전, 성장한다거나 일상적인 활동을 이제는 더 왕성하게, 빈번하게 한다거나 이럴 것 같지는 않군요?
◆ 홍승희> 네, 그렇지는 않지만 여기서 모인 에너지들, 모인 사람들과는 계속 연결하고 소통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이후에 어떤 에너지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 정관용> 또 건드려야 하는 사회적인 어젠다의 성격에 따라서 톡톡 튀는 새로운 이름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죠?
◆ 홍승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어떤 모습으로 또 우리 홍승희 대표가 나타날지 궁금증을 갖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 홍승희> 감사합니다.
◇ 정관용>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홍승희> 네.
◇ 정관용> 대한민국 효녀연합 홍승희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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