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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박정희 탄신 TF를 아시나요? 수상한 기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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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화에 예산 1900억원 들여…박정희 세금먹는 하마?

-박정희 공원, 알고보니 5.16 모의장소
-투입된 300억, 중구 복지예산의 1/3
-박정희 도서관, 책도 없고 문 걸어 잠궈
-전역 장소, 1박 장소 등 모조리 성역화
-구미시에는 '박정희 조례'에 '탄신TF'까지
-박 대통령 효심 이용한 과잉 정치 마케팅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기자가 훅 파고든 뉴스의 진실 '훅!뉴스' 시간,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어서 오세요.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어떤 주제 가지고 왔나요?

◆ 권민철> 엊그제 제가 서울 중구 신당동을 다녀왔는데요… 어떤 곳인지, 현장음 들어볼까요?

▷ 안내인 : 그러니까 1958부터 1961년 8월 장충동 국가재건위로 가기 전까지 3년을 여기서 사셨는데 여기가 61년 5.16 혁명 회의를 이곳에서 하셨다고 해요.
▶ 기자 : 바로 이방에서?
▷ 안내인 : 네. 여기 나와 있잖아요.

◇ 김현정>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인가 보군요?

◆ 권민철>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모의한 바로 그 곳. ‘박정희 가옥’입니다.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데요. 서울 중구청이 이집 옆에 있는 4개의 빌딩과 700평짜리 주차장을 전부 터서 930평짜리 부지를 만든 뒤에 지하는 주차장, 지상은 이른바 ‘박정희 공원’을 조성 하려고 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주제는 바로 수상한 박정희 기념사업입니다.

 

◇ 김현정> 다른 전직 대통령도 많은데, 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만 다루는 거죠?

◆ 권민철> 차차 말씀 드리겠지만 다른 전직 대통령들보다 기념사업이 몹시 과도하기 때문이다. 중복되는 것도 많고요. 문제는 여기에 세금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 김현정> 다녀온 '박정희 공원'에는 세금이 얼마나 들어가나요?

◆ 권민철> 297억원이 들어갑니다. 중구청 전체 복지예산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중구청도 처음에는 정부예산과 서울시 예산을 끌어서 쓰려했습니다. 그러다 '웬 국비 투입이냐'는 비판 여론이 생기니까 구 예산으로 전환을 한 겁니다. 하지만 국비든 구비든 세금은 세금입니다.

◇ 김현정> 중구청에선 뭐라고 하나요?

◆ 권민철> 이 사업을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박정희 공원’ 조성 사업이 아니고 그냥 공원겸 주차장 사업으로 봐달라는 겁니다. 구청 담당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저희는 지하주차장으로 만드는 거고, 지상은 공원으로 하는데, 그 것만 하는 거잖아요. 지하주차장, 지상공원, 더 뭐 있나요?"

◇ 김현정> 역사공원겸 주차장인데도 '박정희 공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뭐죠?

◆ 권민철> 원래 2013년에 지금과 거의 같은 사업이 계획됐는데, 당시 사업명칭이 바로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사업'이었습니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알맹이는 같은 겁니다. 여론을 의식해서 다르게 포장한 셈이죠. 중구 의회 변창섭 의원 얘기입니다.

"그 거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죠. 말로는 기념공원이라고 한 적이 없다지만 역사문화공원이나 (박정희)기념공원이나 도찐개찐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주차장이 없다면 굳이 우리도 반대 안 할거에요. 근데 기존 주차장이 운영 잘 되고 있잖아요. 있는데도 지하화하겠다, 라고하는 거죠. 그러니까 보이는 거잖아요 속이"

◇ 김현정> 결국 '박정희 가옥'을 꾸미기 위한 꼼수라는 게 이 분 이야기군요. 그런데 사실 박정희 생가는 별도로 보존돼 있지 않나요?

◆ 권민철> 경북 구미에 공원으로 조성돼 있습니다. 그 사업에도 286억원이 들어갔습니다. 또 생가 옆에 65억원을 들여 민족중흥관이라는 별도의 기념관도 만들어져 있고요. 기념시설이 이렇게 많다보니 때로는 모조 유품이 전시되기도 합니다.

◇ 김현정> 서울 마포에도 비슷한 게 있지 않나요?

◆ 권민철> 상암동에 박정희기념·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책도 없고 지역 주민들 민원도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마포구 주민 권위상씨의 얘기입니다.

"아예 문을 걸어 잠궈 놨습니다. 명색이 공공도서관인데, 공공도서관으로서 기능제로, 일반도서 비치 제로, 박정희 찬양 온갖 걸 만들어갖고 해놨어요. 그게 무슨 도서관입니까?"

◇ 김현정> 자유롭게 이용하고 같이 쓰는 공간이면 의미가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거네요. 아까 전국적으로 기념 시설이 많다고 했는데, 서울과 구미 지역 말고 또 어디에 있나요?

서울 신당동 '박정희 가옥' 정원. 2015년 정비돼 일반에 공개된 '박정희 가옥'은 개관초기 1일 200~300명에 이르던 방문객이 최근엔 20~30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사진=권민철 기자)

 

◆ 권민철> 박 전 대통령 발길이 머문 곳엔 어김없이 있다고 보면 맞을 거 같습니다. 강원도 양구에는 사단장 당시 공관으로 썼던 건물이 복원됐고, 그 시절 지프차도 전시중입니다. 철원에는 전역 했던 곳에 작년부터 공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철원군청 담당자 이야기입니다.

"군 시절에 5사단장을 나왔어요. 전역식을 저희 관내에 있는 곳에서 했는데 군탄공원에 그래서 거기를 확장하고 그 취지에 맞게끔 조형물 등 시설물이 하나 들어가요."

◆ 권민철> 또 경북 문경에는 그가 살았던 하숙집 옆에 사당과 기념관이 건립됐습니다. 심지어는 울릉도에도 기념공간이 있어요.

◇ 김현정> 울릉도는 또 왜요?

◆ 권민철> 그 곳에서 1박을 한 적이 있는데, 숙박 장소에 최근 기념관을 건립했습니다.

◇ 김현정> 1박이라고 하셨어요?

◆ 권민철> 예. 하룻밤을 묵은 곳입니다.

◇ 김현정> 역사적으로 위인들이 참 많은데, 이렇게 요란하게 기념하는 경우는 보질 못한 거 같아요.

◆ 권민철> 박정희 신격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 같습니다. 사실 신격화의 원조는 구미입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구미시에는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라는 것도 있더군요. '박 대통령 기념사업 담당'이라는 별도의 행정조직도 갖추고 있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탄신제라는 것도 해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탄신제가 뭐죠?

◆ 권민철> 석가탄신일, 성탄절 할 때의 그 탄신을 말합니다. 내년이 '탄신 100주년'이라는데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준비중입니다. 구미시청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 구미시청측 : 이번에 탄신 TF팀이 생겨서 어떤 식으로 할 건지 여러 가지 발굴하고 있습니다.
▶ 기자 : 예를 들면?
▷ 구미시청측 : 음악제라든지, 국제 학술대회를 키워서 한다든지…

◇ 김현정> '탄신 TF'… 조직이 참 그러네요. 그나저나 대체 이런 기념행사나 사업이 전국적으로 몇 개나 되던가요?

◆ 권민철> 저희가 파악한 것만 14개였습니다. 이들 사업에 모두 1,9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입니다.

◇ 김현정> 상당한 액수군요. 권민철 기자, 맨 처음 이야기 할 때 오늘 박정희 기념사업만 살펴보는 이유가 이런 과도함 때문이라고 했는데, 다른 전직 대통령들 기념사업도 조사해 봤나요?

◆ 권민철> 고인이 되신 분들 보니까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전 대통령은 기념사업에 5~50억원 들어갔더군요.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0억원 안팎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360억원 정도였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 많은 분이 김대중 대통령 360억원인데,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 1,900억원에 비교가 안되는 액수기는 하네요?

◆ 권민철> 조사 과정에서 한 보수 언론이 김대중 기념사업비를 1,920억원이라고 해놨더라고요. 자세히 살펴보니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 건립비 1,555억원을 슬쩍 집어넣어 놨더군요.

◇ 김현정> '김대중컨벤션센터'도 기념하는 장소 아니에요?

◆ 권민철> 아닙니다. 이곳은 김대중 이름만 붙인 상업시설입니다. 마치 뉴욕의 케네디공항처럼 말이죠.

◇ 김현정> 이름만 가져온 것이다? 그러면 박정희 기념사업에서는 그런 건 다 뺀 건가요?

◆ 권민철> 네 박정희 체육관 등은 뺀 겁니다.

◇ 김현정> 그럼 이렇게 유독 박정희 기념사업만 과도한 이유는 뭘까요?

◆ 권민철> 대중적 인기를 틈탄 마케팅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 일 거구요. 그런데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를 기념하는데 세금은 투입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2013년 6월 12일 음성 들어보시죠.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서 기념 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권민철>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박정희 기념사업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집중됐다는 겁니다.

◇ 김현정> 박 대통령이 반대하는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 권민철> 박 대통령이 대단한 효녀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버지 기념사업을 정말로 싫어할 딸은 없겠죠. 그걸 눈치 빠른 지역 정치인들이 모를 리 없겠구요. 구미시 의원을 지낸 녹색당 홍보기획단장의 분석입니다.

"첫 번째는 정권과 그 대통령과의 코드를 맞춘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내에서 공천을 받거나 당 내에서 힘을 가지기 위해서 아직까지 대통령의 지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 일텐데… 그리고 최근에 국정교과서 논란에서 보여주듯이 역사적으로 반전을 하려고 하는 시도가 새누리당이나 보수 세력 쪽에 있는 건데 거기에 업혀서 그런 흐름에 영합하려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

◇ 김현정> 이 분 이야기는 박정희 기념사업이 결국 현직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가장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말이군요?

◆ 권민철> 그렇죠. 하지만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게 문제죠.

◆ 권민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국민들 외면 받으면 그건 다름아닌 낭비겠죠.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이나 신당동 박정희 가옥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뚜렷한 분 아닙니까. 그를 비판하는 분들 역시 똑같은 국민입니다. 그 국민들을 배려한다면 기념사업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곤란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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