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경제학자 권재혁 씨 등 피해자 4명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7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부장판사 이은희)는 4일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에 연루된 권재혁·이일재·이형락·김봉규 씨 등의 유족 22명이 180억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앙정보부는 노동운동 방안을 논의하는 재야단체 참가자였던 권 씨 등 13명을 연행한 뒤 고문과 가혹행위를 통해 이들이 남조선해방전략당이라는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는 허위자백을 받아냈다.
대법원은 1969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등을 유죄로 판단해 권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두 달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이일재 씨는 징역 20년, 이형락 씨는 10년 1개월, 김봉규 씨는 7년 1개월 동안 수감됐다.
이들의 억울함은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 규명 결정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공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박탈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권재혁 씨는 생명을 박탈 당하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이는 어떠한 수단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과 가족들은 평생 간첩과 그 가족이라는 오명 속에 사회적 냉대를 받으면서 살아야 했다"며 "유죄 판결로부터 무죄의 재심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무려 45년 가까운 시간이 경과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