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ETRI ID통신연구실 이주철 선임연구원, 김태환 연구원, 정희영 실장이 식별자 통신을 검증하기 위한 가상화 테스트베드 구성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사용하는 기존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와 달리 식별자(ID)를 이용해 통신과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킹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검증까지 마쳤다고 28일 밝혔다.
IP는 주소를 기반으로 통신하기 때문에 수신자가 이동하는 경우나 네트워크에 동일한 수신 데이터가 존재할 때 매우 비효율적인 통신을 하게 된다.
예컨대 현재 IP 기술 환경에서는 회사의 컴퓨터 사용 시 설정된 주소(IP)로는 출장 시나 집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ID 기반의 통신 방식은 주소와는 독립적이기 때문에 IP에서의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ETRI는 이번 기술이 단말기, 사람, 데이터, 서비스 등 다양한 통신 객체에 ID를 부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한 핵심 기술은 ▲대규모 네트워크에서 빠르게 정보전달 경로를 찾는 라우팅 프로토콜 ▲대규모 통신 객체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고 구조적 이동성을 제공하는 매핑시스템 ▲인증 정보가 포함된 식별자를 이용해 네트워크 자체적으로 송신자 위·변조를 방지하고, 디도스(DDoS) 공격에 효율적 대응할 수 있는 신뢰통신 프로토콜 등이다.
ETRI는 이 기술이 향후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사물인터넷(IoT) 활성화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기기들이 동시에 인터넷에 연결될 때 요구되는 높은 이동성과 보안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IP 기반 기술이 주로 미국에서 시작돼 인터넷 장비시장 뿐 아니라 서비스시장도 외국산이 주도하고, 장비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번 차세대 네트워크 핵심기술 개발은 '제2의 인터넷 기반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ETRI 정희영 ID통신연구실장은 "ID기반 통신기술 개발은 현재 인터넷처럼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을 가져다 쓰는 수준에서 벗어나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에서 선진국과 동등하게 기술 경쟁을 할 수 있는 토종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TRI는 이번 기술 개발과 관련해 SCI급 학술지 등에 20여 건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특허를 30여 건 출원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