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CBS가 마련한 연말 기획보도 '2015 부산, 1년을 돌아본다' 첫번째로 부산대 고(故) 고현철 교수의 죽음으로 촉발된 '국공립대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의미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대학 민주화를 외치며 투신한 故 고현철 교수의 영결식이 8월 21일 오전 9시 부산대학교 10·16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후 고 교수의 유지에 따라 학내 민주화와 대학 총장 직선제를 사수하자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사진=부산 CBS)
정부의 대학 총장 간선제 방침에 따라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대학본부와 교수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 8월 17일.
부산대 고현철(54·국어국문학과)교수가 부산대학교 본관에서 '대학 민주화와 총장 선출 직선제'를 외치며 투신했다.
고민 끝에 목숨을 던진 고 교수의 희생 앞에서 부산대 교수, 학생, 전국 국공립대에서는 학내 민주화와 총장 직선제를 지키자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졌다.
또, 고 교수의 유지를 되새기며 지식인, 시민단체까지 대학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퇴보에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책임을 지자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지난 9월 18일에는 전국 국공립대와 사립대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1000여 명이 여의도 광장에서 교수대회를 열고 고 교수를 추모하고 대학 자율성 회복을 촉구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특히,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처음으로 함께 모여 한목소리로 총장 직선제 추진에 따른 교육부의 행·재정적 압력 문제를 규탄하며 각성을 촉구하고 나서 격앙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교수들은 ▷교육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반성하고 교육공무원법에 규정된 총장 선출 방식의 자율적 결정을 국립대에 보장할 것 ▷대통령이 후보 시절 총장 선출에 대해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한 발언을 준수할 것 ▷행·재정적 제재를 통한 무리한 정책의 강요 폐지 ▷국회 등 헌정기관의 교육부에 대한 철저한 감사 요구 등을 촉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부산대는 지난달 17일 오후 장전캠퍼스 경암체육관에서 제20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를 직선제로 치러 전호환(57·조선해양공학) 교수와 정윤식(60·통계학과) 교수를 각각 1, 2순위로 선출했다.
대학측은 교육부에 임용제청을 신청했고, 앞으로 교육부 장관의 제청으로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만 남았다.
하지만, 교육부가 꾸린 국립대 총장임용제도 보완자문위원회(자문위)가 직선제를 중장기적으로 폐지하고 모두 간선제로 바꾸자는 건의안을 마련하며 총장 직선제 전환 움직임을 전면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전국국공립총장협의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친다고 하지만 결국 총장 직선제 반대에 쐐기를 박는 형국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부가 부산대 등 직선제를 추진한 국립대학을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탈락시키는 등 행정, 재정적 압박을 하고 있고, 부산대의 임용추천을 받아들이면 다른 국립대도 총장 선출을 직선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산대 선거 결과에 따른 임용추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해 총장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있는 국립대학도 수두룩하고, 이를 둘러싼 줄소송도 이어지고 있어 부산대의 첫 총장 직선제 선출의 앞날은 안갯속이다.
고현철 교수의 희생으로 촉발된 대학 민주화와 총장 직선제 사수.
제2, 제3의 고현철 교수가 나오지 않도록, 또 대학 구성원들의 뜨거운 외침이 아무것도 아닌 양 사그라지 들지 않도록 교육부의 선택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