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권상정,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
- 부총리와 경제수석이 경제위기 아니라고..
- 직권상정 요구할 시간에 野와 협의하길
- 긴급재정명령 수준 특단조치 있어야 비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형준 (국회사무처장)
‘직권상정을 하느니 차라리 내 성을 갈겠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가 요구한 쟁점법안에 대해서 직권상정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권상정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정 의장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있는데요.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는 정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답니다.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분입니다. 국회 박형준 사무총장 연결해 봅니다. 박 사무총장님, 안녕하세요.
◆ 박형준>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렇게 안녕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좀 불편하시죠?
◆ 박형준> 그래도 안녕해야죠. (웃음)
◇ 김현정> (웃음) 청와대가 요구한 법안에 대해서 직권상정 불가능하다는 입장, 이것 변함 없으십니까?
◆ 박형준> 이건 의장님께서도 밝혔지만 할 수 있는 걸 안 하는 게 아니고요.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 김현정> 할 수 없어서 못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직권상정 요건 충분하다. 왜냐, 직권상정이란 천재지변이나 전시 상황 같은 국가 비상사태에만 쓸 수 있는 건데. 지금 상황이 경제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 이런 얘기를 하던데요.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현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며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박형준> 그 점은 청와대에서는 메시지가 조금 혼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나 또 안종범 경제수석은 분명히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고 잘 헤쳐가고 있다, 이런 것이 공식적인 입장인 것 같고요. 다만 지금 내년의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안 좋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으니 이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대비를 하자 이런 차원에서 이번 법안들이 필요하니까 통과를 시키자 이런 취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 즉 이 법안들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 반드시 경제에 필요한 내용들을 채워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똑같고요. 또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 내년에 우리가 충분히 대비해야 된다는 그런 입장은 갖고 있으나, 그것이 현재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상사태의 요건을 충족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이 법안들, 쟁점 법안들이 통과가 안 되면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 통과시켜달라, 이건 어느 정도 성립을 하고. 이건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지금이 비상사태니 직권상정해 주시오, 이 말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네요.
◆ 박형준> 그것은 모든 법률 전문가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것이고요. 또 저희가 그냥 이렇게 저희들 판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에서 법률 자문을 받아봅니다. 그리고 그런 법률 자문을 받은 모든 곳에서, 이 경제 쟁점법안을 통과시킬 비상사태라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저희한테 보내왔습니다.
◇ 김현정> 법률자문을 받은 모든 곳에서.
◆ 박형준>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말씀하시죠, 사무총장님.
◆ 박형준> 그래서 이 문제는 지금 직권상정 요건이 되냐 안 되냐 이런 문제가 쟁점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연말 안까지 이 법안들을 합리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을까, 여기 고민을 집중해야 되는 것이고요. 의장님도 그래서 지금 연말까지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여당 대표단을 불러서 야당과 타협 지점들을 모색해 보도록 요구했고요. 또 물밑에서는 야당 여러 의원들과 또 야당 지도부에게 이것이 이념적으로 막을 법안들이 아니다. 얼마든지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그런 정치를 한다면 우리가 합의를 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을 갖고 노력을 하고 계시고요. 어제 야당쪽에서도 문재인 대표가 경제법안에 대해서, 새로 검토를 해라, 이런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내용을 가지고 양당이 합리적으로 토론을 한다면, 즉 야당이 원하는 법안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법안까지 포함해서 연말에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보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최대한 하고 있는 중이죠.
◇ 김현정> 물밑으로 지금 국회의장이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 중재, 설득하고 계시는 거네요.
◆ 박형준>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그래도 여당 일각에서는 해임결의안 제출해야 한다. 국회의장실 점거해야 된다, 이런 극단적인 말까지 나오는데. 지금 정의화 의장 곁에서 상황을 같이 보고 계시는 분이시잖아요, 박 사무총장님.
◆ 박형준>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 중에 하나가 정책이나 내용을 가지고 토론과 숙의를 하기보다는, 이게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또 정치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런 쪽으로 자꾸 논의를 하다 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저는 어제 의장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그 시간에 야당 의원들과 협의하고 머리를 맞대고 또 설득하려는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모든 의원들이 하는 게 맞다, 지금은 그런 단계이지 이게 지금 직권상정 요건도 안 되는 것을 갖고 직권상정하라고 요구하고 그거 말 안 듣는다고 해임결의안 내겠다고 하면 이건 누가 보더라도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밖에 안 되거든요. 이건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좀 억지 같은 생각이 드세요?
◆ 박형준> 그런 감정적 판단에 제가 할 위치에 있지 않고요. 어쨌든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책임의 주체로서 각자가 맡은 위치에서 일을 하는 것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 지내셨잖아요, 박형준 사무총장님.
◆ 박형준> 그렇습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정무수석 지낸 분으로서, 이번에 청와대에서 직권상정 요구를 국회의장한테 전달하러 온 사람이 바로 정무수석이었습니다, 현기환 정무수석. 그러고 나서 기자들한테 ‘국회의장이 선거법만 직권상정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런 발언을 하는 바람에 또 그게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같은 정무수석 지낸 분으로서 이 기자 브리핑과 이 발언, 어떻게 보세요?
◆ 박형준> 또 싸움이 붙이시려고 그러세요? 지금 정무수석은 원래 물밑에서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정무수석이 대통령 의견을 받아서 의장에게 전달하는 것은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고요. 그러나 이제 그런 어떤 과정도 가능하면 공개적으로 안 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하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공개적으로 안 해야 되는 이유는 뭐죠?
◆ 박형준> 이게 이제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잖아요. 이번에도 바로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충돌하는 것처럼. 지금 의장님의 기본적인 입장은 대통령님의 나라에 대한 걱정, 이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건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입법부 수장으로서는, 민주주의도 경제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먹고 사는 공기와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법치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면서도 지금 국정 운영의 방향을 훼손하지 않는 그런 타협점이 없을까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이 얘기는 신중치 못한 거였다는 말씀이시네요. 이렇게 공개를 해서 밥그릇까지 얘기가 나온 걸 보면. 사실 밥그릇 얘기 듣고서는 많은 국회의원분들이 좀 부글부글 하셨을 것 같은데요.
◆ 박형준> 그것은 제가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마음이 너그러우세요, 우리 사무총장님은. 말씀 듣다 보니까. 알겠습니다. 계속 야당 설득하고 여야간 대화 촉구하고 이런 노력을 하고 계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시국회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 야당이 이 법안 논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혹시 그때는 그러면 직권상정이라는 카드를 쓸 가능성 있습니까?
◆ 박형준> 다시 말씀드리지만 선거구 획정을 못해서 12월 31일이 끝나면 모든 선거구가 없어지고 무법상태가 되거든요. 그러면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인데. 선거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이거 자체는 입법 비상사태라고 볼 충분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김현정> 그래서 선거구 획정안의 경우는 직권상정을 하고.
◆ 박형준> 그래서 그런 비상사태에서는 직권상정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의장 입장이고요. 그러나 경제 법안에 관해서는 이것이 비상사태임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건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런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이상, 절차적으로 보면 직권상정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직권상정의 요건 중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여야 합의입니다. 그래서 여야 합의를 어쨌든 최대한 끌어내고 그 끌어내는 데 노력을 한 외에는 의장이 가진 수단이 별로 없습니다.
◇ 김현정> 1월 8일이 아니라 언제가 될지라도 지금 같은 상황을 비상사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직권상정 요건에 들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 박형준>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서 그런 요건이 충족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법안들의 내용에 대해서 예를 들어서 금융실명제 같은 경우에는 경제 자체를 흔드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 긴급재정명령을 했던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런 정도 수준의 특단의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든지 경제의 어떤 비상상황을 얘기하는 그런 내용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의장으로서는 그런 직권상정이라는 결단을 내리기 어렵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분명한 입장 가지고 계시네요. 그런데 지금 쟁점법안의 논란을 보자면 역시 국회 선진화법이 있는 겁니다. 국회 선진화법. 손질을 좀 해야 된다, 말아야 된다, 이런 논란들이 계속 있어 왔는데 어떻게 보세요?
◆ 박형준> 저는 손질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해야 된다는 입장이세요?
◆ 박형준> 국회의 선진화법은 그 취지 자체는 여야간의 합의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풀라고 하는 긍정적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너무 형식적으로 강제를 하다 보니까 의도하지 않은 여러 가지 결과들이 나타나는 거죠. 그러니까 법안 심사가 불필요하게 지연된다든지, 또 쟁점이 생기면 어떤 다수당의 입장에서 하나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어려워진다든지, 또 이런 상황이 되니까 여야간에 협의를 해야 되니까 서로 주고받고식 거래를 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딜을 하게 되는 이런 것들.
◆ 박형준> 그러면서 실제로 경제나 사회나 국민들의 삶의 질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합의가 되는 것이 아니고요. 항상 낮은 수준의 합의밖에 안 되는 이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세상은 굉장히 빨리 변하고 법도 세상의 변화에 맞게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통과를 시켜줘야 녹은 아이스크림이 안 되는데 이게 시간이 지연되고 이러면서 법안이 통과돼도 그 효과가 반감되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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