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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돼지고기의 도매시장 가격판정 기준이 전면 수정된다. 국내 돼지고기 유통물량의 2%에 불과한 박피(껍데기 제거) 기준에서 98%를 차지하는 탕박(털만 제거) 기준으로 바뀐다.
돼지고기 시장의 가격 등락폭이 줄어들면서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돼지 사육농가와 소비자 보다는 육가공업체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 돼지고기 도매가격의 비밀…2%가 98%를 결정 현재 국내산 돼지의 도축물량은 연간 1,600만 마리 정도다. 이 가운데 90%는 가공업체와 농가가 직접 거래하고 나머지 10% 정도만 도매시장에서 거래된다.
특히, 도매시장 거래물량 가운데 20%가 껍데기까지 제거한 박피이고 나머지 80%는 털만 제거한 탕박이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체 돼지고기의 98%가 탕박이고 나머지 2% 만이 박피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박피가 결정한다. 2%가 98%를 좌지우지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문제는 박피 돼지고기의 수요처가 극히 제한돼 있어 박피 수요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국내 전체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고,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폭등하면서 돼지고기 시장이 항상 불안정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와 한돈협회가 칼을 꺼내들었다. 내년 3월까지 돼지고기 도매가격 판정 기준을 박피에서 탕박으로 전면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 돼지고기 ‘박피’, ‘탕박’…명칭부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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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돼지 유통 체계는 이렇다. 육가공업체와 중간 유통 상인들이 돼지사육 농가로부터 돼지를 구매할 경우 먼저 살아있는 상태에서 무게를 잰다.
여기에, 이미 정해져 있는 지육중량 지급률과 경매 평균가격을 감안해 가격을 정산하게 된다. 지육중량 지급률이란 돼지의 머리와 내장, 다리를 제거한 순수 몸통의 무게 비율을 말한다.
통상, 박피 돼지고기는 지급률이 68%, 탕박은 76% 정도를 적용한다. 박피의 경우 껍데기를 제거한 만큼 지육중량 지급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예컨대, 박피의 경우 산 돼지의 무게가 110kg이면 지급률 68%를 적용해 75kg을 쳐주고, 탕박은 지급률 76%를 적용해 84kg을 인정해 준다.
여기에, 1kg당 박피 평균가격(5,300원대)과 탕박 평균가격(4,600원대)을 각각 곱해주면 돼지 1마리 가격이 결정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돼지가격은 110kg 박피 기준 39만5,125원, 탕박 기준은 39만1,646원으로 박피가 3,479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의 돼지 값 정산 체계는 농가에 유리하고, 가공업체에 다소 불리한 상태다.
◇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 안정화? 글쎄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농협, 한돈협회는 돼지고기 도매가격의 판정 기준을 바꾸면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크게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물량의 98%를 차지하는 탕박으로 기준 가격을 결정하면 수급물량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피가 기준가격 역할을 해왔는데 물량이 많은 탕박을 기준으로 전환하면 가격 등락폭이 많이 줄어들게 돼서 돼지고시 시장 전체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