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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이완구 재판에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 증인들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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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형사재판에서 핵심 증인의 말 한마디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여자가 숨진 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돈을 준 사람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증언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필수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처음부터 이 점을 잘 알았다. 이들은 고 성완종 회장이 폭탄 발언을 하고 메모지를 품은 채 숨졌다는 것이 알려진 직후부터 주변인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됐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때로는 회유하고 때로는 협박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말을 맞추기도 했다. 증인들이 한날한시 입을 닫아버리면 묻힐 수도 있는 사건이 바로 성완종 리스트 건임을 전직 경찰 간부, 검사 출신의 노련한 두 정치인들은 알았던 것이다.

이들의 영리한 대처는 곧 역풍이 돼 돌아왔다. 국민들은 당시 두 정치인이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의혹 자체보다 증인들을 회유, 협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 분노했다. 여론에 힘에 떠밀려 이 전 총리는 총리직을 벗었고 두 사람은 기소됐다.

이완구 전 총리의 경우 충남 부여라는 작은 지역사회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주변인들의 회유나 협박 시도는 더욱 심했다.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평화로운 동네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현직 국무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에 어렵게 입을 열었던 두 사람. 이 전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와 선거 캠프 봉사자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 법정 510호에 증인으로 섰다. 이 전 총리 측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의 비서를 만난 기억이 있는 운전기사, 그리고 성 전 회장의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눴다는 캠프 봉사자였다. 나머지 캠프 사무실에 있던 전현직 도의원들과 직원들은 하나같이 "성완종 회장을 본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 달 전 두 사람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지역사회에서의 손가락질이었다. "내가 불리한 얘기를 하면 혹시라도 동네 사람들이 나와 가족들을 손가락질 하지 않을까요? 좁은 동네에서 서로 다 아는데…"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래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다음날 아침 기사가 나가고 이 전 총리의 비서가 협박성 카톡을 보내오자 "괜히 말했다. 무섭다. 가족들이 걱정된다"며 울먹였던 운전기사의 음성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두려움은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이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지역에서 상경해 빼곡히 법정 안을 채웠다. 지지자들은 증인들의 심리 도중에 뒤에서 코웃음을 치며 반응했다. 법정에서 종종 흘러나오던 감정섞인 야유는 재판을 취재하던 나도 참기가 힘들었다. 증인들이 걱정하던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이었다. 휴정중 검사에게 직접 말을 걸며 항의하는 열혈 지지자도 있었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나가는 증인에게 쫓아가 다짜고짜 신원을 캐묻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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