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첫 재판에서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기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방 대화내용과 성 전 회장의 일정표 등을 제시하며 이 전 회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이 전 총리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명예와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은 40년 공직자로서 심경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최초에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현금을 전달한 수단으로 알려졌던 '비타 500' 상자와 관련해서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비서진들이 거짓 인터뷰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많은 정치권 인사들에게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 관련) 구명운동을 한 바 있으나 저의 원칙적 답변에 섭섭함을 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 재보궐 선거 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 7월 2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약 5개월 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총리는 재판 시작 전에는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하는가 하면, 재판 중에는 증인신문 중 틈틈이 변호인에게 질의사항을 전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성 전 회장의 비서진들이 사건 당일 SNS 단체방에서 이 전 총리 측 선거사무소 방문과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맞섰다. 증인 임모씨의 이메일에 첨부된 텍스트파일이었다.
이 전 총리 측이 성 전 회장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반박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였다.
검찰이 공개한 대화에 따르면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난 시각은 오후 4시경으로 추측된다.
성 전 회장 측 수행비서 금모씨는 오후 2시 38분쯤 '이완구 지사 선거사무소에 연락해서 지금 내포청사에서 출발하셨고 16:00경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대신 전달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완구 지사님 먼저 도착하신 후에 우리가 들어가야 하니 사무실에 도착하시면 제게 연락달라고 전달 부탁합니다', '지금 부여 가는 중인데 16시경 도착 예정', 오후 5시 경에는 '서울로 출발' 등의 내용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