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벼락치기가 잘 될리 없었다. 내년 20대 총선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을 위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 연속 열린 여야 지도부간 ‘4+4’ 회동은 역시나 결렬됐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여야 대표실 점거 농성 속에서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54석)를 줄이자는 입장을,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는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권역별․부분 연동형․석패율’ 대안만 무성비례를 줄이지 않고 지역구 증가분 만큼 의원정수를 늘리는 가장 간단한 해법을 여당이 결사 반대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야당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비례 축소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역구도 타파와 사표 방지를 위해 권역별 의석수(지역구+비례)를 먼저 정한 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인데, 여소야대(與小野大)를 우려하는 여당으로서는 받을 수 없는 카드였다. 여당이 대신 제시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는 야당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21대부터 권역별 비례제를 적용하는 방안과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부분 연동형 비례제를 대안으로 내걸면서 여당이 주장하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과의 빅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여당 최고위원회의가 이를 거부하며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 54석을 역제안하면서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 역시나 네탓 공방
새누리당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새정치연합에 돌렸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비례는 단 한 석도 줄일 수 없다고 해서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인하나 투표시간 연장 등 선거구 획정과 전혀 관계 없는 것을 가져와서 말이 안되는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맞받아쳤다, 정치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새누리당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의 중재안인 연동형 비례제에다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제시했는데 새누리당이 갑자기 현행 의석 유지로 틀며 협상을 깼다”고 지적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백기 든 수준까지 양보했는데 저쪽은 칼 꽂는 수준까지 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협상 진행에 의미가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연동형 비례’를 보는 여야의 셈법그렇다면 여당은 왜 야당의 수정 제안인 ‘부분 연동형 비례제’를 거부했을까? 당연히 표 계산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9대 총선 결과에 연동형 권역별 비례제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이 아닌 141석을 얻는 데 그친다.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 역시 127석에서 117석으로 의석이 줄어들지만 당시 통합진보당의 의석 수는 13석에서 34석으로 크게 늘어난다. 야권이 총 151석으로 과반을 넘는 ‘여소야대’ 구도가 됐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비례 4석을 얻지만 새정치연합은 영남에서 지역구 3석을 포함해 19석을 얻어 동진(東進)을 이룰 수 있었다.
야당은 부분적으로라도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여당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 이유다. 심지어 여당은 산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당에 가장 유리하다”고 분석한 현행 제도 유지를 꺼내들며 그동안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구 획정 전이라도 현행 선거구를 기본으로 정치 신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내 경선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해 다음주 월요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입법(立法)부 아닌 ‘위법(違法)부’․‘위헌(違憲)부’여야의 담판 결렬로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 법정시한(11월 13일) 준수는 또다시 무산됐다. 여야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지난 15대 총선 이후 여섯 차례 연속 법정시한 위반이라는 전통(?)을 어김없이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