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연세대학교가 정갑영 총장 연임에 유리한 '총장 인준제 폐지'를 놓고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법인명의로 주식 투자를 한 직원들의 비위를 포착하고도 이를 덮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 총장 연임에 악재가 될 수 있는 '흠집'을 감추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어디서 이런 배짱이…이사회 몰래 법인 주식 거래25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대학 법인은 지난 7월 28일 코스닥 상장사인 '이수앱지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3만7210주를 배정받았다. 투자금은 총 2억5900여만원이다.
이수앱지스의 주주인 연대 법인에 배정된 신주 물량을 매입한 것이다.
이수앱지스의 신주 매입가가 주당 696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23일 종가·9030원)대비 7700여만원의 시세차익이 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주식 투자가 법인 이사회의 정식 승인 절차를 밟지 않고 일부 직원들의 짬짜미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7월 이후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이수앱지스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예산 편성 안건이 논의된 적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연세대 관계자는 "주식을 사려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주식의 실소유주인 세브란스의료원이 투자를 않겠다고 해 이런 절차가 없었다"면서 "법인 사무처 직원 중 일부가 임의대로 법인 명의를 도용해 개인 투자를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실제 법인 명의로 배정된 신주가 8월 18일 상장된 후 이틀만에 내부 직원 2명으로 명의가 변경됐다. 직원 중 한명은 재단 고위직 인물로 2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립학교법 위반, 배임죄 적용 가능성도이들은 이사회 몰래 주식 투자를 감행하면서도 법인의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주는 것처럼 일을 꾸미기도 했다.
법인 재정운영팀은 7월 28일 오후 2시 20분 직원들을 상대로 '이수앱지스 유상증자에 투자할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사내 메일을 발송했다.
법인 내부 관계자는 "청약 마감을 40분 앞둔 시점에 투자를 결정하고 목돈을 바로 준비할 수 있는 직원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자기들끼리 다 정해놓고 요식행위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립학교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 사학법상 학교 법인의 기본재산 변동은 교육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고, 이수앱지스 지분은 연세 법인의 기본재산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은 기본재산을 임의로 용도를 바꿀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사안에 따라 관련자 징계나 이사회에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법인의 재산을 활용해 특정인이 수익을 거둔 정황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창조의 박상혁 변호사는 "재단 명의로 주식을 투자해 특정 직원이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했다면 그 수익만큼 재단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면서 "업무상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일부 교수들, "정 총장, 연임 위해 직원 비리 눈감아"정 총장을 포함한 법인 이사회 측이 직원의 비리 정황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 총장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적당히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어떤 직원이 배짱 좋게 법인 명의를 도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윗선이 관여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어 "정 총장이 연임을 위해 선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오점을 덮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 법인 이사회 측은 지난 8월 말 내부의 문제제기가 불거진 후 두달여간 감사만 진행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