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6월 14일 충남 보령시 녹도 북서방 500m 지점에서 브이패스(V-PASS,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어선과 브이패스가 고장 난 어선이 충돌했다. 그런데 마침 인근에 있던 다른 배가 브이패스로 SOS 신고를 했다. 선원 18명은 브이패스 덕분에 전원 구조됐다.
#. 같은해 4월 7일 이번에는 전남 목포 남서방 1.7해리 해상에서 브이패스가 설치됐지만 고장 난 선박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마침 인근의 경비함정이 발견해 부상자는 7명에 그쳤지만, 경비함정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더 심각한 인명사고를 초래할 만한 위험한 사고였다.
해경이 돌고래호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해상에서는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조류 등으로 떠내려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때 위치 파악이 매우 어렵다.
해양수산부는 어선의 해상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어선 위치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브이패스를 2011년부터 본격 설치토록 했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2011년부터 2015년 5월까지 4만 260척에 브이패스를 설치했다. 어선 1척당 50만원씩 총 342억원의 국고가 투입됐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지난해 브이패스 정착어선과 미장착 어선의 사고접수(위치파악) 소요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브이패스 장치가 있으면 해상사고 위치를 평균 5분가량 빨리 파악할 수 있다고 '효용성'을 강조했다.
◇ 해경 직원도 '브이패스 잦은 고장·오작동'에 만성적 노이로제5일 저녁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돼 무려 18명(사망 10명, 실종 8명)의 대형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돌고래호에도 브이패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돌고래호의 브이패스는 작동하지 않았다.
돌고래호 생존자들은 배가 전복된 후 선장 김씨가 승객들에게 "배가 항해를 하면 어떤 무선통신이 해경과 연결돼 있어 해경이 반드시 구조하러 온다. 해경이 금방 올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선장 김씨는 사고 직후 배에 설치된 브이패스의 조난신고 버튼을 눌렀거나, 누르지 않았다 해도 배의 브이패스가 끊겼으니 해경이 이를 파악하고 곧 수색에 나서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돌고래호의 브이패스는 5일 오후 7시 38분∼40분에 끊겼는데도 돌고래1호 선장이 추자안전센터로 신고를 하기까지 VTS나 해경안전본부는 사고 가능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브이패스가 오작동 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이패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감사원에 따르면 브이패스가 제대로 유지·관리되지 않아 지난 5월 현재 고장 난 브이패스는 2,946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설치된 배 가운데 7.3%나 차지한다.
그러나 해상 현장에서 브이패스의 오작동이나 고장은 훨씬 심각하다고 전한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브이패스를 매년 개선하고 있지만 음영지역(신호감청불가지역)에서는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고 심지어는 오수신 되는 경우도 많아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실토했다. 해경 직원들도 브이패스의 오작동에 대해 만성화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