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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심학봉 성추문'…지역구도 깨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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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심학봉 의원

 

정치인들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지역을 가릴 일은 아니지만 성추문의 발생빈도를 보면 새누리당 영남권 출신 의원들에게 압도적으로 쏠려있다.

경북 포항의 김형태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제수 성폭행 시도 의혹을 담은 녹취록이 2012년 총선때 공개돼 파문의 주인공이 됐고, 대구의 주성영 전 의원은 룸살롱 여주인을 상대로 한 욕설 발언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법무장관까지 지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골프장 캐디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최근 경남 창원시의회에서는 시의원의 여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지역사회까지 시끄럽다.

그런 와중에 새누리당 심학봉(54·경북 구미갑) 의원이 성추문 정치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40대 여성 보험설계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여인이 당초 진술을 번복해 경찰이 성폭행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문제의 지난달 13일, 심 의원과 해당 여성이 대구의 한 호텔에서 차례로 들고나는 모습은 호텔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또 비록 신고 여성이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진술을 번복했더라도 "성관계가 있었다"는 점과 "30만원이 건네졌다"는 점은 분명히 언급됐다.

성폭행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월요일 오전 상임위 활동을 제쳐두고 버젓이 대구의 호텔로 여성을 부른 건 지극히 비상식적일 뿐더러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놀랍고도 슬픈 현실이다.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

국회의원 윤리강령 제 1호를 무색케하는 이같은 일들은 어떻게 가능할까?

유권자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구·경북(TK)을 포함한 영남권에선 새누리당 후보들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국민의 회초리를 무서워하는게 아니라 공천권자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가 만연할 수 밖에 없다. 선거 전에는 줄서고 당선 뒤에는 계보정치에 몰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미 출신인 심학봉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구미전자공고를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을 평소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부를 정도로 이른바 박정희 찬양론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은 4일 "국민을 보는 정치가 아니라 공천권자를 바라보는 정치행태와 함께 가부장적 남녀관계에 대한 보수진영의 관념이 성추문 파문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역구도를 완화해야 하는 이유는 이번 파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견제세력이 없는 만큼 모럴 헤저드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현재의 영호남 지역구도가 대결정치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오전 귀국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선거제도와 관련, '지역구는 줄일 수 없으니 비례대표를 줄이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은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선거구 인구편차를 2:1로 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는 지역구의 인구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와 함께 부문별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거구 인구편차 2:1을 맞추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 지역구를 통폐합하거나 ▲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해당지역 현역 국회의원과 출마예정자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지역구를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 정수를 그대로 둔채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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