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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닮은' 국정원 해킹 의혹과 대선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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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증거인멸 가능성, 해명 패턴 등 닮아…정확하고 빠른 진상규명 이뤄져야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가정보원 민간사찰 의혹 사건은 지난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연상시킨다. 국정원의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의혹에 대한 해명까지, 두 사건은 빼다박은 듯 닮았다.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이 2년 넘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국민적 의혹으로 남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수순을 밟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규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속에 국정원 소속 여직원이 역삼동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증거자료를 수집을 지켜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디지털 증거 삭제·은폐 의혹…"정확한 檢수사 이뤄져야"

이번 국정원 민간사찰 의혹 사건에서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는, 이미 증거인멸이 일어난 정황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증거가 사라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직원 임 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증거를 삭제했다"고 유서를 남긴 것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정당한 대북 정보활동이었다면 증거를 지울 이유가 없고, 일개 국정원 직원이 아무런 제지없이 해당 정보를 마음대로 삭제했다는 것 역시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야당 측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2012년 12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시작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방에서도 증거는 훼손됐다.

김 씨는 오피스텔이 당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급습당하자 3일동안 밖에 나오지 않고 자신의 노트북에 있던 관련 파일 187개를 지웠다. 이 중 고작 단 1개의 메모장 파일만 복구돼 초기 수사에 아쉬움을 남겼다.

디지털 증거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사건의 핵심인만큼 증거인멸은 두 사건의 진상규명에 모두 치명적일 수 있다. 디지털 사건의 특성 상 증거는 마음먹기에 따라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멸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조금이나마 더 분명한 윤곽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유' 측에서 정치적 댓글 관련한 중요한 자료가 담긴 서버를 수사당국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서버 분석으로 나온 댓글의 내용이 여론의 분노와 수사의 단초가 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국정원 민간사찰 의혹 사건의 경우 이탈리아 서버를 이용했다는 점 등 증거확보에 있어 현실적인 제약을 안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탈리아 해킹팀 서버에 국내 IP가 남아있으니 이를 토대로 수사하면 된다. 또 내국인이 좋아할만한 URL을 만든 점이나 기자를 사칭해 이메일을 보낸 정황 등 수사에 착수할 증거는 충분하다"라며 공정하고 빠른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 (황진환 기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정보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북활동" 국정원 해명도 '판박이'…여야 정치권 반응도 똑같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서 국정원은 "북한을 상대로 한 심리전"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북한뿐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하는 종북세력을 모니터링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행한 활동이란 요지다. 이러한 '해명패턴'은 이번 국정원 민간사찰 의혹 사건에 있어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자 국정원은 "대북정보전 용도"라며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결코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보기관으로서 특별하거나 정도에 벗어난 일이 아님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몇십년 전 국가 정보기관이 국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고문을 하고 문서위조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했던 것들이 오늘날 인정되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듯 국익 뒤로 숨는 국정원의 해명에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반응 역시 비슷하다. 여당이 국정원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고, 야당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공세를 벌이는 모양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여당에서 상대방에 '정쟁으로 몰고가지 말라'며 공세를 펼치는 것이 비슷하다. 당시 여당이 수사기관에 증거를 불법수집하지 말라며 공공연하게 압박했고 결국 증거능력 부족으로 몰아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야권 관계자는 "(대선개입 의혹 사건 당시) 채동욱이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총장이 법무부나 여당과도 견제를 해 나가며 수사를 진행했는데, 지금 야당은 믿을만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확하고 빠른 수사 촉구…'국가안보' 사회적 합의도 필요

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빠르고 정확한 검찰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당시 민주당과 시민단체에 의해 국정원과 여직원 김 모씨에 대한 고소고발이 바로 이뤄졌다. 김 씨가 작성한 댓글 등 정치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수사결과가 쏟아져나오자 여론도 들끓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현재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전현직 국정원장 등 6명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준비 중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당시 대선 국면이라 떨어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가 피해자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국민이 느끼는 분노의 정도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자신의 문제로 느끼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진실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사건에서 '증거능력'이 관건이었던 점을 두고, 디지털 사건과 국정원의 업무특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사건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증거가 많았는데, 국정원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안보'가 어느수준까지 용인될지에 대해서도 공론화된 기초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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