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종민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조정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3.8%에서 0.7%p나 낮췄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2015년 성장률 전망치 4%와는 무려 1%p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문제는 그나마도 이번에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15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통해 3%대 성장률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추경이 없으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정도로 경제 활력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맨 처음 제시한 4% 성장은 고사하고 3%대 성장률 달성도 매우 힘들게 된 셈이다.
기획재정부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은 “이번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전제로 하고 있고, 추경이 없으면 성장률이 2%대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개입이 없다면 3% 성장도 어렵다는 뜻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46조원+α 정책패키지’를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내년(2015년)에는 4%의 성장경로로 복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3.8%로 하향조정하며 4%대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고, 이번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아예 3.1%로 내렸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도 3.5%에 불과해, 4% 성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공언한 ‘2017년 4% 잠재성장률 달성’에 대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 성장률 왜 낮췄나...“수출부진에 메르스 충격 겹쳐”
올해 경제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선 원인은 수출부진이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올해 세계교역량 전망치를 5.3%에서 3.7%로 하향조정하는 등 세계 수출시장이 예상보다 더 위축됐다.
또 우리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 엔화 가치를 크게 내리면서, 우리 상품이 일본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따라 수출증가율은 올해 1월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 5월에는 증가율이 무려 -10.9%까지 떨어지는 등 수출부진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대내적으로도 지난해 4분기에 11조원에 가까운 세수펑크가 발생하면서 재정여력이 악화돼 성장률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저유가와 저금리에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상반기까지는 생산과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가 덮쳐 우리 경제에 충격을 안겼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급감하며 소비가 급속히 위축됐고, 아울러 외국인관광객이 무더기로 방한을 취소하면서 관광과 문화, 여가 등의 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이 되더라도 불안 심리가 회복되는데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경제적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이찬우 국장은 “메르스 사태의 충격은 사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도 “성장률이 0.2~0.3%p 정도 떨어지는 효과를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 추락하는 경기 떠받쳐라...추경 등 재정보강 대책 초점 이에따라 올 하반기 경제정책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추락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재정보강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메르스 확산 등 예기치 못한 충격과 하반기 재정여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