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경기도 화성시 한 중소기업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태국인 K(38)씨는 공장에서 '성실한 사람'으로 통했다. 잔업에 야간 특근까지 도맡아 하던 그를 공장장은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업무에 매진하던 지난 9일 낮 2시. 조용한 공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마약 밀매 혐의로 K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공장 관계자들은 "성실한 K가 그럴 리 없다"며 적극 변호했다. 그러나 그의 점퍼 안주머니에서 흰색 약통에 담긴 야바(YABA) 1천정이 쏟아져 나오자 억울한 표정을 짓던 K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주중엔 성실한 공장 근로자로, 주말에는 마약 딜러로 이중 생활을 하던 K 씨의 두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태국산 마약 '야바'가 국내에 번지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2일 야바를 밀반입해 투약하고 국내에 판매한 혐의로 태국인 K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마약 (자료사진)
K 씨가 판매한 야바는 분홍색의 알약 형태의 마약으로, 필로폰의 성분인 메스암페타민에 카페인을 혼합한 것이다.
경찰은 K 씨 등 외국인 근로자 중 일부가 기숙사 동료들에게 야바를 판매하며 마약 판매책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K 씨 등이 마약 판매상으로 '투잡'을 뛴 이유로 경찰은 야바의 국내 판매 가격이 태국 현지보다 훨씬 비싼 것을 꼽았다.
지난달 경찰에 붙잡힌 태국인 M(20)씨도 마약 '소매상' 역할을 하던 이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관광비자로 들어온 뒤 곧바로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 취업, 불법 체류자가 된 M 씨는 주로 쉬는 날이면 공장 기숙사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야바를 투약했다.
M 씨와 함께 검거된 P(26)씨도 "약이 비싸기 때문에 한 알을 쪼개 여러사람과 함께 복용한다"며 "근처 기숙사에서 야바를 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 말했다.
◈ 내국인이 국내 총책…국내 확산 직전 경찰에 '덜미'이처럼 야바는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경기도 화성과 평택, 울산 등 전국으로 퍼져나갔지만 정작 야바를 국내에 들여온 국내 총책은 한국인 박모(32)씨였다.
경찰에 구속된 박 씨는 지난 4월 태국의 공급책으로부터 야바 1천정을 넘겨받아 중간 판매책인 태국인 근로자들에게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 씨는 태국 현지에서 야바를 들여온 뒤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로 외국인 근로자를 중간 판매책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내국인에게도 야바를 판매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 끝에 울산에서 박 씨를 검거했다"며 "야바가 국내에 확산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태국 현지 공급책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태국 정부에 통보하는 한편, 야바를 투약한 외국인 근로자가 더 없는지 공장 지역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