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X 비상대책위원회'가 27일 오후 서울대학교 대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등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강원도 원주의 한 현직 교장이 부하 여교사를 성추행해 전격 구속됐다.
C학교 교장 B모(54) 씨는 지난 17일 밤 9시쯤 시내 식당에서 회식을 마친 뒤 교사들과 함께 인근 노래방으로 2차 회식을 갔고, 이 곳에서 A교장은 여교사 B씨의 몸을 수차례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B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주경찰서는 강제추행이 인정된다고 보고 B교장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교장의 신분이라고 구속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증거 인멸의 우려 등 구속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영장을 신청,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일으킬 우려가 높은 사회지도층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날, 서울대학교는 이 학교 교수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 '봐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울대는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대학 수리과학부 강 모 교수가 면직 결정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해임이나 파면 등의 징계를 내리기는커녕 단순히 전날 강 교수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는 데 그친 것이다.
면직 처분을 하면 강 교수에 대한 대학 내 인권센터의 진상조사가 중단되고 후속 조치도 이뤄지지 않게 돼 사실상 대학 측이 진상규명에 손을 놓은 셈이다.
강 교수가 자진해서 사표를 냈기 때문에 연금 등 퇴임 교수 대우를 받는데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그동안 강 교수에 대해 상습 성추행을 당한 피해 학생만 20여명이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구나 이날 강 교수로부터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학생들 모임인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대와 학내 인권센터에 적극적인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정작 기자회견을 시작할 때까지도 강 교수의 면직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병문 교무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강 교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인권이 있다"며 "조사가 끝난 후에도 징계위 열리기까지 상당히 시간 걸리는데 학생들의 수업권을 고려하면 사표를 수리하는 게 도움된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피해자에게는 "인권센터의 본격적인 조사를 위해 실명을 밝히고 피해사실을 제보하라"던 서울대 측이 강 교수와 강 교수에게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면직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법에는 성범죄의 경중이 있지만, 피해자에게는 하나같이 잔혹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강 교수 사건에 비해 앞서 원주 학교장 성추행 사건을 대수롭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성범죄 피의자라도 범행사실이 확정되지 않았고, 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면직 처리 결정이 진상 규명의 의지를 갖고 피해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고민의 발로라고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