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열여덟…. 어후 많기도 해라."
눈물을 쏟으며 딸 황지현(18) 양의 생일케이크에 초를 하나씩 꽂는 황인열(51)씨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29일은 지현 양의 18번째 생일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팽목항 등대에서, 오후에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서 지현 양의 조촐한 생일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 심명섭(49)씨는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은 딸에게 매일 밥상을 올리는 정성으로 미역국을 끓여 눈물과 함께 바다에 뿌렸다.
아버지는 범대본에서 마디마디 굵은 손을 떨며 18개의 촛불을 하나하나 꽂았다.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 흘리며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부부는 아직 차가운 바다에 있는 딸 지현양을 대신해 촛불을 불어 껐다.
황씨는 "오늘 지현이가 18번째 생일 맞았는데요"라고 주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다 이내 말을 잊지 못했다.
결국 "하늘나라에 가서 편하게 있으면 나중에 아빠 엄마 편하게 만날 수 있게 아빠가 따라갈게"라고 딸에게 전하는 말로 맺음했다.
전날 여성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시신이 발견된 상황에서 황씨 부부의 마음은 더 애달팠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지현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 부근이었다.
생일날 지연이가 가족에게 돌아와 준다면 좋겠지만, 기대가 컸다가 더 크게 돌아올 실망이 두려운 듯 어머니는 다른 실종자 가족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아버지는 딸의 생일케이크 앞에 서 마음을 추슬렀다.
지현이는 황씨 부부가 결혼한 지 거의 8년 만에 얻은 늦둥이 딸이었다.
"딸을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아버지는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수색작업이 이뤄지는 바지에 올랐다.
어머니 심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팽목항 등대에 딸 밥상을 차렸다.
'여성 추정 시신 발견' 소식이 들려온 지 만 하루가 지나도록 시신 수습이 되지 않고 있다. 우연과도 같은 생일 귀환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의 가슴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