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준 ('힘내세요 소방관님 프로젝트' 기획자)
소방관들이 자신의 소방장갑을 직접 구입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지난 여름 저희 뉴스쇼에서 처음 전하면서 큰 이슈가 됐었죠. 그런데요, 최근 아주 특별한 소방장갑이 소방관들에게 전해졌습니다. 20대 청년들이 직접 모금운동을 통해서 모은 돈으로 소방장갑 119켤레를 선물한 건데요. 프로젝트 이름이 있습니다. 힘내세요, 소방관님! 이 귀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청년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이준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전체듣기]
◇ 김현정> 이준 씨 안녕하세요?
◆ 이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떤 분들이 이런 훈훈한 프로젝트를 하셨나 궁금했는데. 자기 소개를 잠깐 해 주시겠습니까?
◆ 이준> 안녕하세요, 서울에 사는 이준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취업준비생? 뭐 전공하셨어요?
◆ 이준> 저는 호텔경영을 준비했습니다.
◇ 김현정> 호텔경영? 호텔경영하고 소방관하고는 연결고리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왜 갑자기 취업준비하다 말고 소방장갑 모금운동을 나서신 건가요?
◆ 이준> 제가 7월에 있었던 소방헬기 추락사고와 함께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을 우연치 않게 봤는데요.
◇ 김현정> 7월의 소방헬기 추락사고라면 광주에서 있었던 그 추락사고?
◆ 이준> 네, 맞습니다. 소방관이 힘들게 일한다는 건 알았지만 지원을 받지 못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거든요. 결코 가볍게 보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정확히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힘내세요 소방관님 프로젝트' (사진 = 이준 제공)
◆ 이준> 저희는 소방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분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 김현정> '저희는' 이라면 누구입니까, 이준 씨와 누구예요?
◆ 이준> 저는 시사동호회라고 매주 모여서 친구들과 함께 시사 거리라든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시사를 논하는 어떤 모임 같은 거에 참여하고 계시는군요. 스터디 그룹을.
◆ 이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 5명이 함께 모인 거예요?
◆ 이준>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요?
◆ 이준> SNS를 통해서 이야기를 알리고 그리고 저희가 서울 번화가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기부금을 모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요즘 경기 어렵잖아요.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성금을 꺼내도록 하는 일,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때 텐데.
◆ 이준> 저희가 총 353명으로부터 573만 원이라는 돈을 모을 수 있었는데요. 우선 사람들이 저희에게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영화 캐릭터 코스튬을 입고서 메시지 보드를 그 위에 착용을 하고서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 김현정> 영화 누구처럼 분장을 하셨어요?
◆ 이준> 저 같은 경우에는 슈퍼맨을 분장했고요. 원더우먼 그리고 스파이더맨 이런 분장을 했습니다.
◇ 김현정> 영화 속의 영웅들. 이런 거 안 해 보셨잖아요, 이준 씨 전에(웃음)?
◆ 이준> (웃음) 저희도 이걸 하기 위해서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얼마나 처음에 쑥쓰러웠을까 싶은데. 그것도 또래들이 많이 다니는 신촌, 대학로 이런 데를 다닌 거죠?
◆ 이준> 맞습니다.
◇ 김현정> 처음에 어떻게 나서셨어요, 그옷 입고 슈퍼맨 딱 달라붙는 타이즈 입고?
◆ 이준> 네, 처음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저희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까 많은 시민분들이 저희 보고 놀라셨는데, 메시지 보드를 보고서는 오히려 저희에게 오셔서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 이러면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한푼, 두푼 모아서 총 모인 금액이 아까 얼마라고 하셨죠?
◆ 이준> 573만 원 모았습니다.
◇ 김현정> 573만 원 잘 하셨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가 있다면 어떤 분?
◆ 이준> 저희가 지하철에서 이동을 하는 도중에 외국인 노동자께서 저희에게 오셔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돈을 꺼내서 넣어주셨습니다.
◇ 김현정> 얼마를 넣어주셨어요?
◆ 이준> 1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힘내세요 소방관님 프로젝트' (사진 = 이준 제공)
◇ 김현정> 외국에서 타향에 와서 번 1만 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1만 원보다 훨씬 값진 거거든요, 귀한 돈이네요. 꼬깃꼬깃했던 돈을 펴서 기꺼이 '소방장갑을 사는 데 쓰십시오'라고 건냈던 그 외국인 노동자분... 그분도 기억이 나시고 정말 뜻깊은 573만 원이네요. 이 프로젝트 하면서 직접 소방관분들도 만나 보셨어요?
◆ 이준> 저희가 소방관 분들에게 어떤 장갑이 좋을지 여쭤보기 위해서 서울의 한 소방소를 방문했었는데 저희는 여태까지 서울에 계신 소방관분들은 지원을 잘 받는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래도 서울은 좀 낫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계셨는데.
◆ 이준> 그런데 서울에 계신 소방관분이 장갑을 이렇게 보여주셨는데 그게 장갑이 이미 너덜너덜해져서 손가락 부분이 다 잘려나갔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저희가 원래 펀딩 기간이 있었는데 기간을 더 연장해서 활동을 더 하였습니다.
◇ 김현정> 진짜로 너덜너덜한 장갑을 끼고 계신 걸 눈으로 직접 보니까 그 마음이 훨씬 뭉클했던 거군요.
◆ 이준>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해서 시간을 더 연장해서 더 많이 모은 돈으로 119켤레의 소방장갑. 어떤 분들한테 보내셨어요, 전국에 정말 소방관분들이 한두 분도 아닌데?
◆ 이준> SNS라든지 커뮤니티를 통해서 장갑이 떨어지신 소방관분들을 저희가 직접 수소문해서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이미 장갑을 혹시 받은 분들도 계시답니까?
◆ 이준> 어제 해남소방서장님께 아침에 일찍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고요. 그리고서 충북 제천에 계신 분께도 소방장갑 잘 받았다고, 장갑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 김현정> 와, 인증샷과 함께... 얼마나 기분 좋으셨어요?
◆ 이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이 장갑 받은 소방관들은 얼마나 힘이 나셨겠어요. 세상에 이런 특별한 장갑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보니까 우리 이준 씨도 얻은 게 있는 거네요.
◆ 이준> 저는 이분들에게 장갑을 드렸지만 오히려 이분들을 통해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타인을 위한 배려라든지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았습니다.
◇ 김현정> 취업 준비의 시간 3개월은 잃었을지 모르지만 훨씬 더 값진 것을 얻은 셈이네요.
◆ 이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이게 취업준비생이 돈 모아서 사 드려야 될 장갑이 아니고 국가가 지원을 해 줘야 되고 우리 국민들이 지원을 해 줘야 될 것들인데 어떻게 보면 우리 취업준비생 청년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귀한 일 하셨고요.
◆ 이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취업, 잘 되실 것 같습니다(웃음)
◆ 이준> (웃음) 감사합니다.
◇ 김현정>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 이준>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소방관들에게 119켤레의 소방장갑을 모금을 통해서 전달을 한 분이세요. 청년 이준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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