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내렸다. 지난 8월 연 2.50%에서 2.25%로 내렸는데 두 달 만에 다시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2.0%로 0.25%p 내렸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맞아 떨어졌지만 시장이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비관적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금리 낮추면 정말 경기 살아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Why뉴스 전체듣기]▶ 한국은행이 왜 다시 금리를 내린 건가?= 한국은행의 공식발표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늘고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를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결정은 경기가 자꾸 나빠져 경기에 대한 인식이 바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면 지금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그렇지가 않다. 정부의 압력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인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영혼 없는 정책"이라면서 "아까운 금리인하 화살을 쓰면서 시장에 밀려서 너무 늦게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경희대 김성은 교수는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환율 때문"이라면서 "수출을 늘리겠다는 것이기보다는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삼성과 현대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환율을 높여줘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반반이었는데 정부의 입김이 워낙 강해서 인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금리인하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냐?= 어제 금리를 내렸는데 벌써 효과가 있다 없다 판단하는 건 성급할 것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왜 내리는가? 소비가 늘고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하지만 가계부채가 턱밑에 와 있는데 어떻게 소비가 늘어나겠나?"라면서 "이런 식으로 해서는 소비가 살아나거나 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아까운 카드 하나만 날린 셈" 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김성은 교수는 "소득이 올라가지 않는데 이자 내린다고 소비가 늘어나겠나?"라고반문하면서 "소비가 늘어나도 걱정이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 더 싸늘하다.
현직 금융권 고위임원은 "금리인하 효과는 없다"고 단정적으로 전망을 하면서 "금리를 내린다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도 어니고 시중금리가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정부가 금리인하에 집착하는 건 정부가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전시효과 신호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왜 이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냐?=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도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인데다 가계 부채마저 1,000조 원이 넘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 전 의원은 "지혜로운 농부는 아무리 겨울나기가 힘들어도 봄에 쓸 종자 씨앗은 아낀다는 말이 있는데, 정부는 종자 씨앗에 해당하는 재정건전성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까지 더하면 나라 빚이 1,000조 원이 넘는다. 이걸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전 의원은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가계가 부실하면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고 소비가 안돼서 내수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지 않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교수는 "(금리인하가)고환율 정책을 쓰겠다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 때 강만수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코너에 몰리니까 할 수 있는 것, 할 줄 아는 것이 환율을 올리는 것이니까 금리를 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보다 더 나쁘냐? 그전에는 금리 낮추고 돈 푸는 것 몰라서 안했겠나? 이건 완전히 사면초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월 취임하면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지금은 금리를 인하하면서 빚을 내서라도 소비를 하라는 것인데 이러다 금리가 인상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것이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도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선순환 될 텐데 그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거냐?= 한 방에 해결할 대책이나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그걸 사용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는 얘길 한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구조개혁이나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성인 교수는 "금리인하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가계부채 대책이나 근본적인 경제구조개편이 맞물려서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대책을 갖고 내렸어야 하는데 그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용섭 전 의원은 "지금의 경제정책은 경기부양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면서 "경제의 틀을 바꾸는 외과적 수술과 체질을 바꾸는 내과적 처방이 병행돼야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안 바꾸고 계속 견디기 작전으로 세계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그런 처방으로는 가서는 안 되는데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수부진은 경기순환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 요인이 더 크다"면서 "구조개혁 없인 성장 잠재력 배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구조조정 필요성 여러 차례 말씀드린 건 꼭 금리정책 시그널이 아니고 원론적인 차원"이라면서 "마치 금리 정책만 되면 내수가 부양되는 것 같은 주장이 많기 때문에 그 주장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금리를 인하하면 부채가 늘어나지 않겠나? 외국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겠나? 하는 그런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렇지만 그건 이런 정책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떤 정책이건 모든 걸 해결해 줄 처방은 없다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부채도 늘어난다. 다만 그 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
▶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도 있나?=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느냐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
이주열 총재는 '2%의 기준금리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정금리, 하한금리는 측정방법에 따라 다양한 숫자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두 차례 인하한 2% 수준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엔 부족하지 않은 수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유로처럼 제로금리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금리 2%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내리려야 내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벌써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측하는 분석들이 나온다. 금리 2%로는 내수경기 활성화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부의 내수경기 활성화취지에서 볼 때, 아직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면서 내년 1분기 한 차례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사상최저선이라는 2% 벽도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단순히 금리를 내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대책과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용섭 전 의원은 "우리는 금리가 중요한 정책수단이었는데 2%이하로 내려가면 금리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 "몸에 염증이 있으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항생제를 과다 복용하면 염증이 잡히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