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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최악의 발언, 이미 확정됐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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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전 충북지사. 윤창원 기자김영환 전 충북지사. 윤창원 기자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실언과 막말도 차츰 쌓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판한 시민을 겨냥해 "돌아이구나"라고 읊조렸던 전직 도지사부터 "대통령도 음주운전 전과가 있지 않느냐"는 여당 후보의 적반하장까지. 앞으로 남은 46일도 얼마나 더 다이내믹할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끝판왕은 따로 있다. 비교적 크게 번지진 않았지만, 기함할 만한 언사가 이미 한 달 전 터졌다. 이보다 더한 해악은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전라도의 못된 버릇"

김영환 전 충북지사가 컷오프 이틀 뒤인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적었던 글이다. 아니, 글이라기보다 분노의 배설에 가까워 보인다.

그는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한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지역 정서를 모른다고 비판하면서 "왜 전라도 출신이 좌지우지하느냐"는 표현을 끼워넣었다. 여기서 끝냈다면 '팩트 언급'이라며 넘어갔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선을 넘었다. 곧이어 "전라도의 못된 버릇과 배신자의 최후를 보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위원장을 넘어 그의 출신 지역을 직접 공격한, 노골적인 지역비하였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을 터다. 논란이 제기되자 해당 문장을 지우고 "공관위원장의 잘못된 행태"로 슬며시 바꿨다. 물론 언론을 통해 전국에 퍼진 뒤다. 그의 페이스북 수정 내역에도 과거 표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억울했을 수 있다.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지적은 그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 담당 재판부도 인정한 대목이다. 본인이 손수 발탁했던 부지사가 불쑥 도전장을 내민 것도 적잖이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당하다고 느꼈다면, 따져야 할 건 절차였고 기준이었다. 공격의 근거를 원칙이 아닌 출신 지역으로 치환하는 순간 그의 항의는 수십 년 공들여 봉합해온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됐다.

김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새천년민주당에서 4선을 지냈고 국민의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까지 올랐다. 호남 정치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셈이다. 그 정치적 자산 없이 지금의 김영환을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민주당 주류는 물론 동교동 계열과도 멀어지며 말 못할 상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후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요직까지 맡았으니 30년 전 이력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 토양에 침을 뱉는 건 다른 문제다.

써먹을 만한 카드로 봤을까. 19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이 그랬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영남 단결의 구호가 됐고, 지역은 정체성이 아니라 전선이 됐다. 한국 정치가 수십 년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조다. 김 전 지사의 발언은 그 악성 종양을 다시 호출했다. 심지어 더 가볍고, 더 노골적으로.

그럼에도 그는 해명하지 않았다. "지역비하가 아니라 지도부의 불공정 공천을 비판한 것"이라는 합리화만 반복했을 뿐, 표현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인정은 없었다.

지난 일을 다시 꺼내는 건 그가 사과 한 마디 없이 더 많은 유권자 앞에 서려 하기 때문이다. 17일 윤갑근 변호사가 예비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가처분 인용 뒤 부전승 진출해 있던 김 전 지사와 결선을 치르게 됐다.

그에게 묻는다. 정말 이대로 유권자 앞에 서겠다는 건가. 초원복집 사건을 김기춘이 불법 도청, 녹취 프레임으로 덮어 유야무야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렇게 넘어가면 된다고 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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