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가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의 개표 결과를 정리한 그림이다. 하이랜드(Highland)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개표가 끝났다. 파란색은 '독립 찬성', 빨간색은 '독립 반대' (사진=BBC 홈페이지)
역사적인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 투표가 부결되면서 스코틀랜드 독립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영국 BBC는 1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반대 표가 과반을 얻어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스코틀랜드가 지난 1707년 영국에 합병된 이후 307년만에 시도한 독립은 성공하지 못한 채, 영국의 일원으로 잔류하게 됐다. 주민투표를 숨죽이고 지켜본 영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크게 안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운동은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2011년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스코틀랜드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영국 인구(6,300만명)의 84%를 차지하는 잉글랜드 지역에 부가 편중되는 등 자신들을 홀대하는 중앙정부에 대해 큰 불만을 품어왔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를 통틀어 이르는 '그레이트 브리튼'과 아일랜드 섬 북부의 '북아일랜드'로 이뤄져 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전체 면적의 1/3, 인구의 8%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분리 독립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서기도 했으나, 분리 독립시 받게 될 불이익들이 속속 거론되자 스코틀랜드 독립 반대여론이 다시 높아졌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5일 분리 독립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경제계의 목소리가 커진데다가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독립 찬성 여론의 상승세는 한풀 꺾인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며 스코틀랜드 독립을 결사 저지했다.
영국 정부는 우선 스코틀랜드가 영국의 일원으로 남게 된다면 폭넓은 자치권 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독립을 강행한다면 북해유전을 잃을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분리독립 찬성론자들은 독립 후 최대 240억 배럴로 추정되는 북해유전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으로, 지난 1905년 스웨덴에서 독립한 노르웨이처럼 석유부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북해유전이 위치한 ‘셰틀랜드 제도(諸島)’도 스코틀랜드에서 독립을 추진할 수 있다며 허를 찔렀다.
영국 정부의 앨리스테어 카마이클 스코틀랜드 장관은 “독립 투표가 통과되면, 북해 유전지대의 셰틀랜드 제도도 스코틀랜드에서 벗어나 자치령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만 3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셰틀랜드는 노르웨이에 속해 있다가 1472년 스코틀랜드에 합병됐지만 스코틀랜드와는 역사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이해관계도 밀접하지 않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파운드화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도 경고했다.
스코틀랜드는 또한 독립하면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다시 가입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가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스코틀랜드인들은 완전 독립이라는 ‘장미빛 꿈’을 접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며 자치권 확대라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영국은 국제적 위상이 흔들리는 등 적지 않은 타격과 후유증을 입을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영국은 절대로 투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잔류하게 됐지만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까지 거치게 되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1973년 북아일랜드의 연방 분리 및 아일랜드 귀속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가 실시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
스코틀랜드는 독립의 꿈은 접었지만 독립추진과정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약속받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 정부는 19일 스코틀랜드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에 조세징수권과 예산편성권 등 폭넓은 자치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