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군사작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터키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는 IS가 인질로 억류한 이라크 모술 주재 총영사 등 49명의 신변 위험을 이유로 인도주의 지원과 외국 용병의 IS 가담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경비 강화 등의 역할만 맡겠다는 입장이다.
일간 휴리예트는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외무장관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S 대응 국제회의에 참석하지만 군사작전과 관련해서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리는 휴리예트에 "터키 정부의 입장은 지난주에서 바뀐 것이 없다"며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군기지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주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잇따라 터키를 방문해 군사동맹 동참을 압박했으나 터키는 군사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부쇼울루 장관은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의 IS 공급 확대 계획을 지지하고자 개최한 회의의 공동 성명에 군사 행동이 포함되자 서명을 거부한 바 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IS가 발호한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남부의 인지를릭 공군기지는 나토와 미국의 주요 기지라는 점에서 미국이 공을 들이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터키의 공동 성명 서명 거부와 관련해 터키는 나토 동맹국이자 이번 IS 격퇴에 지리적으로 중요한 국가로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듭 군사 지원을 촉구했다.
이런 요구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카타르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터키의 테러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며 "터키는 국가와 국제적 차원에서 테러에 대응하는 동맹과 협력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일간지 자만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터키가 군사지원에 부정적인 것은 인질 문제 외에도 IS 격퇴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수혜 가능성과 쿠르드족 문제 등도 고려됐다고 보도했다.
카디르하스대학의 아흐메트 카슴 교수는 자만에 터키가 '반 IS 동맹'에 동참하겠지만 정보 제공과 비살상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병참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터키 정부가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IS 격퇴가 알아사드에 유리하게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힘도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부쇼울루 장관도 최근 시리아 온건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면 터키의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에도 흘러들어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