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은 해방신학 받아들인 분
- 해방신학 핵심은 '가난한 사람 편에 서기'
- 중국선교, 북한선교, 남북화해 중시
- 브라질 방문 당시 빈민촌 방문했듯
- 이번에도 현장 방문 원하셨을 것
- 정부수반 먼저 만나는 것은 외교적 관례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8월 14일 (목) 오후 6시 1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근수 (교황과 나 저자)
◇ 정관용> 오늘 우리나라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2000년 역사의 가톨릭 교회사에서도 아주 보기 드문 손꼽히는 개혁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가난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교회와 사회 개혁을 강조하는 이른바 ‘해방신학’을 받아들인 것으로도 유명한 그런 교황인데요. 이 해방신학을 전공한 학자이시고요. 평신도이지만 오랫동안 이 부분을 연구하신 최근에 ‘교황과 나’란 책도 펴내신 분이네요. 김근수 선생님을 전화해 모십니다. 김 선생님, 나와 계시죠?
◆ 김근수>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교황은 어디서 태어나셔서 어디서 어떠 어떠한 일들을 하시다 교황까지 오르셨는지 간략히 좀 소개해 주시겠어요?
◆ 김근수> 네.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서 사제로 활동하다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추기경으로 일하시다 작년에 교황으로 선출됐습니다.
◇ 정관용> 아르헨티나에서 쭉 활동하셨군요, 그렇죠?
◆ 김근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해방신학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이신, 그렇게 무슨 입증할만한 자료가 있습니다.
◆ 김근수> 네, 지금 교황님의 신학교 시절 스승인 아르헨티나 예수회의 스칸노네라는 신부님을 제가 6월에 로마에서 직접 봬서 면담을 했습니다. 그 스승과 지금 교황님은 55년에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는데. 그 신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역사를 훤히 알고 계신 분입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교황님은 해방신학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지만 해방신학의 주장을 거의 받아들였고 그동안 실제로 당신 목회 또는 사목에서 이미 충분히 활용을 했고, 교황이 되신 뒤에도 많은 문서 또 설교에서도 이미 그 내용을 다 다시 재확인하고 있다고 이렇게 인정하셨습니다.
◇ 정관용> 해방신학의 핵심을 좀 간추려 본다면 뭡니까? 특징이.
◆ 김근수> 첫째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된다. 두 번째 가난한 사람이 그리스교의 핵심이다. 셋째, 교회는 가난의 문제와 싸우고 가난한 사람과 손을 잡고 가난한 사람 편에 서야 한다. 이 세 가지가 그 해방신학의 주요한 주제입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러면 교황께서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실 때도 바로 그런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예들이 있습니까?
◆ 김근수> 그렇습니다. 빈민촌에 사제들을 파견해서 그 가난한 사람들의 일을 돕고 같이 연대하고 그런 일을 충분히 많이 하셨습니다.
◇ 정관용> 네. 2000년 가톨릭 교회사에서 그동안 역대 교황이 모두 몇 분이셨죠?
◆ 김근수> 266분입니다.
◇ 정관용> 그 가운데 이렇게 해방신학적인 어떤 가치를 추구하셨던 분들의 몇 번째라고 봐야 됩니까?
◆ 김근수> 해방신학이, 해방신학이라는 학문적 용어로 구성된 것은 1960년대 남미에서 처음입니다. 그러나 해방신학의 내용을 제일 먼저 말씀하고 행동하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학문적으로 해방신학을 받아들인 것은 20세기 중반, 후반의 일이고. 그러나 개혁 교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은 레오 13세, 요한 23세 다음에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 번째 ‘개혁 교황’이라고 보통 칭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266명 가운데 세 번째다.
◆ 김근수> 그러나 다른 분들이 계실 때는 해방신학이라는 전문용어가 없었기 때문에.
◇ 정관용> 아, 그렇군요.
◆ 김근수> 그분들이 해방신학을 싫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마는 현대적 의미의 해방신학을 받아들인 분은 이 세 분이라고 보이겠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실제로 사목 과정에서 몸소 그런 어떤 철학을 실천하셨던 그런 것들이 입증되는 분들이니까 세 번째 이런 ‘개혁 교황’ 이런 평가를 받으시는 거겠죠?
◆ 김근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교황이 되신 후에 보여주신 각종의 소탈한 모습 등등도 다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 될까요?
◆ 김근수> 그렇습니다. 교황이 되시고 나서 처음으로 연출한 작위적인 행동이 아니고 평소에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에도 그렇게 이미 살았고 그 연속선상에서 지금 그런 모습이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교황 되신 게 지난 3월인데, 지금 세 번째 해외방문이란 말이에요.
◆ 김근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작년에 브라질 방문하셨고 금년에 팔레스타인 가셨고 그다음에 지금 한국에 오셨습니다. 이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김근수> 한국에 오신 명분은 표면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 두 번째는 시국식에 참석하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근수> 그러나 그 배경에는 남북화해 아시아성교회에서의 한국 천주교회의 그 역할과 능력을 점검하는 것, 이것이 하나 있고. 또 한국 천주교회를 격려하는 그런 의도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특히 아시아 방문지로는 우리나라를 처음 선택하신 게 뭐 또 다른 어떤 이유는 없습니까?
◆ 김근수> 아무래도 중국 선교, 북한 선교. 또 북한과 남한의 화해, 이런 문제를 교황께서 아주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 정관용> 작년 브라질 가셨을 때는 빈민촌 방문하셨던 게 화제가 됐었죠?
◆ 김근수> 네, 그렇습니다. 작년에 세계청년대회에 브라질에 가셨을 때는 브라질 천주교회의 강력한 요청으로 빈민가를 방문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방한에는 빈민가 방문 일정이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 천주교회에서 요구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럼 브라질 천주교회에서 요구하는데 우리 천주교회는 요구하지 않는 그 차이는 뭐라고 해석해야 합니까?
◆ 김근수> 브라질 천주교회는 굉장히 개혁적인 교회입니다. 주교들도 개혁성이 강하고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는 주교들이 대부분 보수적인 흐름이 많고...
◇ 정관용> 그런데 내일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을 만나고요. 또 18일에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또 용산 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 노동자도 만나시지 않습니까?
◆ 김근수> 네.
◇ 정관용> 이런 것을 보면 우리 한국 천주교가 너무 보수적이다, 이렇게만 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요?
◆ 김근수> 교황이 오신 그 마당에 그 고통 받는 현장에 있는 분들을 만나게 하는 보여주기 식의 행사이지 평소 한국 천주교회가 이런 사회갈등의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브라질에서는 직접 그 현장을 갔는데.
◆ 김근수> 네.
◇ 정관용> 한국에서는 현장을 가지는 않고, 그냥 그분들을 만나만 준다. 이런 건가요?
◆ 김근수> 말하자면 이런 보여주기, 어떻게 보면 참 진정성이 약간 모자라는 그런 일정이라고 보겠습니다.
◇ 정관용> 아, 원래 교황은 그 현장을 가시고 싶어 하시는 분이다, 이 말인가요?
◆ 김근수> 당연하죠. 네, 당연하죠.
◇ 정관용> 그래요?
◆ 김근수> 네.
◇ 정관용> 교황은 그러면 한국 측 천주교의 방문 준비위원회가 만든 일정을 그냥 따르고 계시는 거예요? 교황의 뜻이 전달되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까?
◆ 김근수> 교황님이 한국 사정을 우리보다 더 잘 알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방문국 천주교회가 먼저 제안한 것을 따를 뿐이지 방문국 천주교회의 의도에 들어있지 않은 것을 교황청에서 먼저 제안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 정관용> 네.
◆ 김근수> 지역 교회의 자율성의 문제도 있고 그렇습니다.
◇ 정관용> 브라질 갔을 때도 오늘 이제 한국에 오셔서 청와대를 방문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 김근수> 네.
◇ 정관용> 브라질에서도 국가수반을 제일 먼저 만났나요? 첫 일정이?
◆ 김근수> 네, 그 일정에 속해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황은 가톨릭교의 대표자이기도 하지만 유엔에 가입한 국가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라는 신분도 있기 때문에.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김근수>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인 선호에 관계없이 그 방문국의 정부수반을 만나는 것은 외교적 관례에 속합니다.
◇ 정관용> 아, 그렇군요.
◆ 김근수> 네.
◇ 정관용> 그다음에 교황님의 동선을 짜는 것이 김근수 선생 보시기에는 브라질만 못하다, 한국 천주교가 조금 부족하다. 이 말씀이시군요.
◆ 김근수> 네, 아쉬움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교황님께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신다면 그 미사를 명동에서 하는 것보다 판문점에서 하시거나 그렇지 않으면 교황이 판문점을 방문하시거나 이런 것이 훨씬 좋았고. 또 그 종교 대화라는 측면에서 명동성당으로 여러 이웃 종교 대표자를 부르는 것보다는 예를 들면 교황님께서 조계사를 방문하셔서 스님들하고 차 한 잔 하시거나 이런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브라질이나 팔레스타인에서는 그런 것까지도 가능했습니까?
◆ 김근수> 브라질에서 예를 들면 교황님이 빈민촌에 방문하셨을 때 지나가던 길에 개신교의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행렬을 멈추고 그 앞에서 기도를 하셨습니다. 이것이 개신교 신도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 정관용> 그렇군요.
◆ 김근수> 혹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교황님의 그 돌발적인 그 놀라운 직감에 의존한다면, 그건 아직은 예상할 수는 없겠습니다.
◇ 정관용> 어떤 인터뷰에 보니까 우리 김근수 선생께서는 교황께서 특히 세월호 부분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실 거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근거는요?
◆ 김근수> 지금 우리 국민들의 여론 그리고 해외 언론의 관심은 방한 일정 중에 교황이 시복식이나 청년대회에서 어떤 종교 내부적인 언급을 하는 것보다는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위로 교황께서 의견을 밝히실 것인가에 온통 초점이 있습니다. 그걸 지적한 것입니다.
◇ 정관용> 어떤 정도의 표명을 하실 거라고 보세요? 김근수 선생님 보시기에는?
◆ 김근수> 첫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여러 번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교황님이 명시적으로 밝힐 경우에 한국정부에서 내정간섭으로 또 반발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간접적으로 또는 에둘러서 이렇게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밝힐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요?
◆ 김근수> 만일 교황께서 진상규명에 대해서 전혀 언급을 안 하시고 그냥 가시면 국민들이나 가톨릭 신도들이 많이 실망할 것입니다. 그 부담을 어떻게 하실 것인지 그것도 또 사실 걱정입니다.
◇ 정관용> 교황께서 이런 문제에 관심이 워낙 많으신 분이죠? 사실, 아픔이 많이 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