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간의 일정으로 14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줄곧 "아시아를 가고 싶다"고 말해온 교황이 첫 방문지로 택한 곳이 한국이다.
천주교 교황의 한국 방문은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이뤄졌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시아 첫 방문지로 왜 한국을 지목했을까.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캔디다 모스 교수는 12일(현지시간) CNN에 올린 기고글을 통해 한국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아시아 방문국이자 '천주교의 미래'로 떠오른 5가지 이유를 분석했다.
◈ '성장'하는 한국 천주교
5천만 한국인 가운데 천주교 신자는 11%를 차지한다. 다소 적은 비율로 비쳐질 수 있지만 겨우 2%대에 머물렀던 지난 1960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증가폭이다.
특히 유럽과 비교했을 때 한국 천주교 신자의 대다수는 젊은층으로 구성돼 있다. 소명의식을 가진 사제들도 많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천주교 사제 규모는 4,261명에 달했다.
모스 교수는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중에서도 젊은층 신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한국의 천주교 사제들이 많다는 점도 교황 방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부자국가' 한국
한국 천주교는 급속도로 번영기에 접어들었다. 1962~2002년 초대 인천교구장을 지낸 윌리엄 존 맥나호튼 주교는 가톨릭뉴스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대부분의 신자들이 가난했지만, 지금은 평균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성당 참석률은 수십 년 동안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성당은 원리주의에 입각해 날로 팽창했다. 부유한 국가의 신자들이 세속주의와 결탁하면서 천주교 성당의 세력 약화를 부른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돈을 벌수록 더 이상 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암묵적인 '공식'을 깨뜨려버렸다. 한국의 부(富)와 교육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천주교의 영향력도 함께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모스 교수의 주장이다.
◈ '척박한 환경'과 싸우는 한국 천주교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인만이 지닌 영성 때문에 천주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모스 교수는 지적했다.
지난 2005년 한국인의 절반가량은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규정했다. 또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랜 종교적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세속적인 국가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럽에서 성당 참석률이 감소한 원인으로 '세속국가'를 꼽으면서 21세기 천주교를 위협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은 토양에서도 천주교가 부흥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성직자들에게 희망의 표징이 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자립형' 한국 천주교
한반도의 천주교 역사가 늘 성장과 번영으로 이어진 것만은 아니다. 박해와 순교도 잇따랐다.
한국에서 천주교가 합법화된 것은 지난 1886년이다. 지난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공산주의자가 이끄는 북한과 자본주의 세력의 남한으로 한반도가 쪼개졌다.
바티칸과의 지리적인 거리는 한국에 있는 주교들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했고, 성당의 분권화를 촉진했다. 천주교 관련 서적을 낸 톰 폭스는 "아시아 성당의 출발점은 늘 지역 성당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풀뿌리 성당은 지역 분권과 복음 전도의 표본으로 떠올랐고,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하여금 이 모델을 모든 성당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싶게 만들었다는 것이 모스 교수의 분석이다.
◈ '사회정의'에 기여한국의 천주교는 조직적인 캠페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복음화 운동으로 인해 성장했다. 복음 전도에 열성적인 나머지,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복음화에 매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