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잦은 해외 출장을 좋아하지 않으며, 그의 최근 지지율 하락은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날 8면에 게재한 도교발(發)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취임 후 해외 출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일본 내부의 부정적 여론과 함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이유를 분석했다.
WP는 먼저 아베 총리가 지난 4일 열흘간의 라틴 아메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면서 지난 2012년 말 두 번째 총리에 당선된 후 지금까지 47개국을 방문함으로써 역대로 해외 순방을 가장 많이 한 총리 중 한 명으로 급부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떠오르는 중국에 맞서 함께 대항할 동맹을 찾고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에너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지구촌을 돌며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그가 해외 순방을 좋아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WP는 꼬집었다.
WP는 '재팬 투데이'가 올 들어 매달 두 번꼴로 해외를 찾은 아베 총리의 순방에 대해 독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한 응답자는 "사실 아베 총리가 일본을 완전히 떠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지지율과 관련해 WP는 아베 총리가 취임 초기에는 직전 5년간 총리가 5명이나 바뀌는 정치적 혼돈기를 극복할 사람으로 비친데다 일본 경제를 부활시킬 '아베노믹스' 경제 구상과 함께 전범국의 족쇄를 풀고 '정상국가' 전환을 위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큰 지지를 받았으나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니켓이신문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5% 포인트 떨어진 48%를 기록해 최저치를 보인 것은 물론 심지어 아베 총리를 강하게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가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허용을 위한 평화헌법 재해석(개정) 결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올 연말 소비세 인상 계획을 강행할 경우 아베 총리의 인기는 완전히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도쿄 소피아 대학 고이치 나카노 교수의 비판적 언급을 실었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여러 국가를 방문했지만 당연히 만나야 할 한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은 아직 만나지 않았다"면서 "아베 총리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동맹을 형성하는 것에 기반한 '자유와 번영의 호'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어느 나라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을 것이며 그럴 정도로 바보인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