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대통령의 프라이버시로 논란이 벌어져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대통령에게 프라이버시란 어디까지일까?
프라이버시는 예전엔 법적 권리가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루이스 브랜다이스 & 새뮤얼 워런 두 변호사가 '프라이버시권'이라는 법학 논문을 하버드대학 로스쿨 논문집에 발표하면서부터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이 논문을 쓰게 된 동기도 딸이 결혼하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것.
이때 프라이버시에 내려진 최초의 정의는 "홀로 남겨질 권리"였다. '프라이버시'는 감정이나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홀로 있을 자유권이라고 본 것이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인간은 스스로 고독한 곳에 머무르며 자신을 돌아보고, 대중 속에 파묻힌 채 엷어져 가던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신을 찾고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다른 사람의 의미도 바로 알고, 사회 속에서의 자기 역할과 책임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프라이버시의 사회철학적 의미이다. 그래서 민주사회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는 프라이버시를 개인의 정체성, 개인의 자유, 자율적 의사결정 등과 관련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삼게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프라이버시는 세계인권선언에도 있고 미주인권조약, 유럽인권조약, 각국의 헌법에도 기본권으로 명시돼 있다.
참고로 유럽인권재판소가 국가권력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는가를 따지는 기준을 살펴보자.
1. 프라이버시를 넘보는 행위가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는가?
2. 그 행위가 명백하고 잘 알려진 법률에 의해 규정돼 있는가?
3. 정당한 목적을 이루는 데 목적에 비례해 적정한 과도하지 않은 조치인가?
4. 이 요구는 민주사회를 위해 필요한가?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사진=윤성호 기자)
이 기준을 지금 쟁점인 대통령의 행적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적용시켜 보자.
1. 세월호 진상규명이라는 목적이 정당한가?
2. 특위의 해명 요구는 관련법규와 절차에 따른 것인가?
3. 행적을 밝히라 요구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과 비례해 과하지 않은가?
4. 이는 사회의 민주 발전을 위해 필요한가?
고위 공직자는 학력, 경력, 재산, 세금납부 실적, 범죄전력, 기타 사생활 등 일반인이라면 프라이버시 영역에 해당되는 사항들을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증받는다. 법과 제도에 의해 프라이버시를 일부 유보하도록 요구 받는 것이다.
과거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 등이 인사청문회 대상자로 사생활까지 검증을 받았지만 지금은 장관까지 모두 검증을 받는다. 이를 강력히 설파한 장본인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2005년의 일이다.
"노무현 정권이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하더니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겨우 이것인가?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청문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은 공위공직자와 격이 다를 수 있다. 예우와 신변보호가 별도의 법으로 규정될 정도이다.
지난해 휴가로 저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자료사진)
그러나 프라이버시에서도 달라지는 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면 대통령의 프라이버시 중 건강은 사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아예 대선 후보로 나서는 순간부터 건강도 검증받아야 할 직무 수행능력의 한 부분이 된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미셀 바크먼 연방하원의원이 편두통 때문에 업무처리에 영향 받는다는 언론보도로 인기가 추락하며 좌초한 사례도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주영 대통령 후보도 고령의 나이 탓에 건강을 집중적으로 검증받았다. 결국 대통령은 다른 고위공직자에 비해 철저히 보호받는 영역도 있지만 국가 최고 지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유보할 영역이 추가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쟁점으로 되어 있는 대통령의 프라이버시는 대통령에게 프라이버시가 '있다, 없다'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프라이버시는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 다만 주요 시점에서의 행적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의 사생활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국가 최고 책임자의 위기 상황에서의 지휘와 군통수권의 운용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국민의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