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고 현장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탑승객 298명 전원을 숨지게 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편) 격추는 과연 누구의 소행일까.
우선,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사고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반군 지역에서 발사된 '부크'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은 22일 훈련을 부실하게 받은 친러시아 반군이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미사일 발사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반군 지역으로 중무기를 이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정보당국은 설명했다.
친러시아 반군은 줄곧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해왔다. 러시아는 미사일 발사 주체를 규명하기보다는 교전 사태를 야기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책임만 묻고 있다.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사이 온라인상에서는 궁지에 몰린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각종 음모론이 활개를 치고 있다.
가디언 칼럼니스트인 파드렉 레이디는 이날 '가장 기괴한 음모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떠돌고 있는 음모론 다섯 가지를 정리해 소개했다. 대부분이 러시아 TV 등을 통해 생산된 내용이라고 레이디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소행"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부크'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반군과의 교전 지역에 부크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여객기를 격추시킨 이유는, 글쎄…. 이 음모론이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국제사회로부터 이미 상당 부분 동정을 얻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여객기를 격추시킬 이유가 없다.
"푸틴을 노린 우크라이나 정부의 소행"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용기가 같은 항로에서 날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더더군다나 두 비행기의 동체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수평 줄무늬로 유사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실만으로 미사일이 푸틴을 노렸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브라질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푸틴의 전용기는 당초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할 계획이 없었다.
"에이즈에 대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애초에 일부 언론들은 에이즈 학술대회 참석차 호주 멜버른으로 향하던 에이즈 전문가 100명 이상이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에이즈 전문가는 7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런 보도는 음모론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됐다. 이들은 여객기가 에이즈 환자 치료를 막기 위해 격추됐으며,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소행"시오니스트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문제를 덮기 위한 것이다? 퇴역군인 제임스 헨리는 이란 TV와의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3월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370편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MH370편을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섬에 숨겨놨다가 가자지구 포격이 시작된 시점에 맞춰 새로운 편명을 부여해 우크라이나 상공을 날게 했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이 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한다. 왜?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이스라엘이 러시아의 권위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예언자들의 소행"
18세기 이후 세계를 비밀리에 지배하는 예지가들이 보수주의자들과 결탁해 여객기를 격추시켰다? 천태만상의 모든 것들이 이유가 된다. 숫자 '7'은 예언가들에게 하나의 상징이다. 이번에 격추된 여객기의 편명은 MH17이고, 보잉 777 여객기다. 모두 숫자 7이 들어간다. 여객기가 격추된 시점도 2014년 7월이다.
레이디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이들 음모론이 주로 언론과 러시아 국영 방송을 통해 유포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람들은 아무도 진실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런 음모론을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직시 없이 이런 음모론을 맹신하는 것은 결국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희망을 파괴시킬 뿐이라고 레이디는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여객기 피격 사건의 배후 세력으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그 책임을 물어 러시아 관리들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과 자산동결 등 추가 제재를 단행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수습한 200구의 시신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 지역인 하리코프로 옮겨졌으며, 23일 항공편을 통해 네덜란드로 이송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반군에게서 받은 여객기 블랙박스는 네덜란드에 인계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영국 항공사고조사국을 통해 블랙박스 분석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