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택과 건물 등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화조 청소를 해야 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분뇨수거를 둘러싼 비리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분뇨처리 근로자들의 노동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뇨수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실태를 4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분뇨를 수거하고 있는 '사하환경' 업체의 차량(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 수거량보다 두 배가량 부당요금 부과부산의 한 정화조 청소업체가 분뇨 수거량을 속여 주민들에게 부당요금을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오전, 산복도로를 사이에 두고 집들이 오밀조밀 들어선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 정화조 청소 작업이 한창이었다.
분뇨차량 한 대가 이 일대 주택 7곳의 정화조를 깨끗이 비운 시간은 불과 한 시간 남짓. 한 집당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사하환경'이라는 정화 업체가 청소를 마친 집들을 따라가며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차량에 채울 수 있는 분뇨의 양은 6t에 불과한데 업체가 발행한 영수증에는 모두 10t가량의 분뇨를 거둬갔다고 나와 있었다.
처리한 양 보다 두 배가량을 부풀려 부당요금을 받아 간 셈이다.
같은 날, 이 업체의 또 다른 분뇨수거 차량도 3시간이 안 돼 13집에서 12t가량의 분뇨를 수거했으나, 20t이 넘는 양을 처리했다는 영수증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1t당 2만 원가량의 수거비를 받는 것을 감안할 때, 두 대의 차량이 이날 오전만 20만 원 이상의 부당 요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알 길이 없다.
감천동에서 30년 가까이 산 주민 허모(71·여) 씨는 "정화조 청소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로 100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에 매년 청소를 하고 있지만, 얼마를 퍼가는지 몰랐다"며 "올해는 3만 원가량 나왔는데, 여태 양과 상관없이 요금이 측정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화조 청소 중인 부산 사하구 감천동 일대(사진=부산CBS)
차량에는 주민들이 수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계량기가 달려있었지만, 이를 안내하는 정화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시커먼 때가 끼어있어 대부분 노인가구로 이뤄진 주민들이 눈금을 알아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66) 씨는 "이 동네에는 대부분 수입이 없는 노인들이 살고 있어 청소비 2~3만 원도 크게 생각하는데, 부당하게 징수한 금액은 돌려줘야 한다"며 "똥 푸는 데도 비리가 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느냐"고 꼬집었다.
◈ 구청과 수의계약으로 20년 넘게 독과점 체제 유지차량이 속해 있는 위탁업체에서 일했던 정화공들은 이 같은 수거량 부풀리기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사직한 A 씨는 "빌라나 구형 아파트 등에 설치된 수십 톤짜리 대형 분뇨탱크의 경우 수거할 오물이 적으면, 인근 공사장 오·폐수를 섞어 마치 정량을 처리한 것처럼 속였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기에 해고당한 B 씨는 "우리들 사이에서 정화조 상단에 떠 있는 건더기만 거둬가는 것을 일명 '대가리치기'라고 부른다"며 "노인가구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많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를 관리·감독 해야 할 구청은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