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이재욱 부장판사) 심리로 3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재옥(49)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이 씨가 유병언(73) 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은신처 이동을 제의한 것만으로는 범인도피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고의가 없었고 미리 준비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그러나 "지난달 3일 유병언 씨가 경기도 안성에서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 속의 추억'으로 도주할 당시 이 씨가 벤틀리 승용차에 동승했다"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승용차에는 유 씨 외에 일명 '신엄마'로 알려진 신명희(64·여) 씨도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은 또 "이 씨가 같은 달 10일에 이어 20일 유 씨의 은신처인 별장에 찾아가 유 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목포에 있는 일반 신도 집으로 은신처를 옮기자'고 제의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범인은닉 도피' 혐의 외에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28억 5천만 원 상당의 유 씨 사진을 매입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씨가 교수로 근무 중인 모 의과대학 사무실에서 이 씨를 체포했다.
한편 이날 같은 법정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유 씨 측근 8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도 열렸다.
송 대표 등은 유 씨 일가를 위한 컨설팅 비용, 고문료, 상표권료, 사진값 등의 명목으로 30억∼260억 원 상당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의 범죄 혐의 총액 수는 960억 원대에 이른다.
재판부는 혐의가 같은 이들 사건을 모두 병합해서 진행키로 하고 다음 달 16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뒤 이후부터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재판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