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애초 해명과 달리 북풍사건 기자회견 당시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권영해 전 안전기획부장(국정원 전신)이 북풍 공작을 지시하거나, 재미교포 사업가인 윤홍준씨에게 기자회견의 대가로 공작자금을 준 때 역시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북풍 사건은 안기부의 사주를 받은 윤 씨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북한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한 사건이다.
2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이 후보자의 출입국 내역을 보면, 이 후보자는 지난 1997년 12월 10일 대만으로 출국해 이틀 후인 12월 12일 국내로 들어왔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유튜브 캡처)
북풍 사건은 이 후보자가 몸 담았던 2차장 산하 203실(해외공작실)이 주도했지만, 이 후보자는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본인과 관련자들의 진술로 면죄부를 받았다.
당시 언론을 보면 이 후보자는 "윤 씨의 기자회견 당시 대만에 체류 중이어서 전혀 몰랐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부장 역시 "그 때 이병기 차장에게는 대만과 관련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윤 씨가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한 12월 16일에는 이 후보자가 국내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사건의 실체를 몰랐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에 의문표가 붙게 됐다.
윤 씨는 12월 11일 중국 북경에서 처음 기자회견을 한 후, 12일 일본 동경에서 연이어 폭로성 기자회견을 열였다. 그러나 국내 언론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국정원은 장소를 국내로 옮겨 63빌딩에서 3차 기자회견을 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 후보자는 중국과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때는 국내에 없었지만, 국내 기자회견때는 국내에 있었던 셈이다.
오히려 이 후보자가 윤 씨의 중국 기자회견 직전 대만으로 출장을 간 게 북풍 사건과 연관된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후보자는 북풍 공작이 진행되는 중요한 고비마다 국내에 있었다. 권 전 부장이 북풍 사건을 지시한 12월 7일과 윤 씨에게 허위 기자회견 대가로 공작자금 20만 달러가 전달된 12월 25일에도 해외 체류 기록이 없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북풍 사건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북풍 사건은 1998년 3월 21일 권 전 부장의 자살 시도로 수사의 흐름이 크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전만해도 검찰은 이 후보자에 대해 2차 소환 조사 후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후보자가 "윤 씨의 기자회견 공작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권 전 부장의 자살 시도 이후 증거가 명백한 권 부장과 203실 소속 국정원 직원 5명, 그리고 윤 씨만 구속됐다. 이 때문에 권 전 부장이 사건을 떠안으면서 이 후보자가 사법처리에서 제외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이병기 후보자는 "국내 기자회견 당시 국내에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 일일이 답변할수 없고 청문회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DJ(김대중) 정권때 샅샅이 수사했을 텐데 나만 특별히 봐줬겠냐"며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