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중생이 성폭행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병원에 입원했다가 30대 남자 환자에게 다시 성폭행을 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중생은 마땅한 전문치료 공간이 없어 성인병동에 입원했다가 이런 일을 당해 10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 양은 올해 봄 집단 성폭행을 당해 후유증을 치료하려고 정신과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A 양은 지난 6월 이 정신과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30대 남자 환자의 병실에서 다시 성폭행을 당해 임신까지 했다.
성폭행 당시 6인실인 병실에는 다른 남자 환자 5명이 있었지만 잠을 자고 있었으며, 밤샘 근무 중이던 정신과병원 간호사 1명과 직원 1명도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9병상 규모인 이 정신과병원은 같은 층에 남녀 환자가 입원했고 사건 당시만 해도 CC-TV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피해 여중생의 가족은 이에 대해 "병원에서 환자를 철저히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어 2차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며 병원 측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병원 측은 "병원 안에서 또다시 피해가 생긴 데 대해 보상 등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인력 부족 등으로 이런 사건은 예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10대 성폭력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소아 전문 정신과 치료 인력 양성이나각 관계 기관간 유기적 협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이광숙 팀장은 "지역에 마땅한 소아 정신과 전문 인력이나 기관이 없어 여중생이 성인 병동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이 같은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상담기관이나 경찰, 의료인, 교육계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병원 내의 부실한 성폭행 피해자 보호 체계를 의료진이나 관리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배려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