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 상봉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남측 가족들과 북측 가족들이 서로 손을 흔들며 작별을 아쉬워 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오빠는 나의 아버지 모습이에요. 통일되는 날이 멀지 않았어요. 몸 관리 잘 하세요"
금강산에서 2박 3일간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이 22일 오전 1시간 30분간 진행된 작별상봉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사흘동안 여섯차례나 만난 가족들이지만 이제 마지막에라는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렸고 순식간에 상봉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 "안울려고 했는데…" 끝내 울어버린 이산가족
여동생을 만난 이오환(84) 할머니는 울다가 결국 실신해 상봉장 옆 호텔 객실에 몸져 누워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했다.
남북어부인 형 박양수(58) 씨를 만난 양곤(52) 씨는 아들과 함께 "형님, 건강하세요"하며 큰절을 올리며 오열했다.
형 양수 씨는 "통일되면 만난다. 같이 살 수도 있고... 신심(믿음)을 가지라"며 오열하는 동생을 진정시켰다.
이명호(82) 할아버지는 동생 리철호(77)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부여잡고 "내 안울려고 했다.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히 해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끼고 있던 보청기도 벗어 청력이 약한 조카에게 주려했지만 조카에게 잘 맞지 않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 속절없이 흐른 시간 "지금 헤어지면…"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남측가족이 탄 버스가 떠나자 한 북측 가족이 "오빠"를 외치며 달려가고 있다. 윤성호기자
노환으로 60년 넘게 그리던 딸을 알아보지 못하던 이영실(87)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마지막 상봉장에 끝내 나오지 못했고 딸 동명숙(66)씨는 안타까움에 연신 눈물을 쏟았다.
이산가족들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마지막 상봉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쏟아냈고 상봉장은 오열과 통곡, 그리고 절규로 가득 찼다.
1시간의 짧은 작별상봉이 끝나자 서로 헤어지지 않으려는듯 이산가족들은 서로 두 손을 부둥켜 잡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눴다
"엄마, 죽으면 안돼", "엄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잘 살아", "지금 헤어지면 못만나는 것 아니냐", "빨리 통일이 돼서 왔다갔다 하자" 등의 인사말을 나누며 이산가족들은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 차창밖 눈물의 이별 "사랑한다, 동생아"
상봉장을 먼저 떠난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올라탄 뒤 북측 가족들이 나와 떠나는 가족들을 배웅했다.
열리지 않는 차창에 기대어 남측 이산가족들은 연신 손동작과 입모양, 그리고 손메모로 다시 한번 작별 인사를 건넸고 북측 가족들 역시 눈물을 훔치며 떠나는 가족들을 바라봤다.
이명호 할아버지와 동반가족들이 버스안에서 팔로 하트모양을 만들어 인사하자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모르던 동생 리철호 할아버지도 같이 팔을 들어 올려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북측 가족들이 버스에 너무 가까이 다가서자 위험하다며 제지하던 북측 안내원들도 가슴찡한 이별이 계속되자 오히려 버스 안이 잘 보이는 쪽으로 북측 가족들을 안내하며 배웅을 도왔다.
10분여간 정차해있던 버스가 출발하자 북측 가족들은 우두커니 서서 눈물을 훔치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는 등 기약없는 이별에 슬퍼했다.
◈ 1차 상봉 종료, 2차 상봉도 금강산에서 진행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오대양호 형제들인 납북 가족 박양곤 씨(53. 왼쪽)가 형 양수 씨와 작별 인사를 나누며 오열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모든 일정을 마친 80여명의 남측 이산가족들은 점심식사를 한 뒤 금강산을 떠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환한다.